'혜택' 모호한 IPEF 참여..한국 실익·역할 세심한 검토를
지난 5월21일 윤석열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미국 주도의 경제안보플랫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선언한 데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정부 출범 두달이 채 안 돼 미국·서방 밀착 행보를 분명히 한 셈이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지, 향후 어떤 접근이 필요한지 김준형 한동대 교수(전 국립외교원장)와 조병중 전 광운대 겸임교수(경영학 박사)의 글을 싣는다.
② 조병중 | 전 광운대 겸임교수(경영학 박사)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5월20일 한국을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삼성반도체 평택공장 시찰로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이어 현대차, 한화 등 국내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대미 신규투자 또는 투자 확충 약속을 받아냈다. 이를 통해 자국 주도 경제안보 공급망에의 한국 참여를 확실히 다졌고, 미국 내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도 볼 전망이다.
이어 일본으로 건너간 바이든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도 미·일 정상 합동선언문을 발표하고, 23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공식 출범시켰다.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가 참여하는 아이피이에프는 반도체·배터리 등의 핵심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한 역내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하고 있다. 미국은 특히 반도체 공급망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데, 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말레이시아의 반도체 패키징 공정이 폐쇄되면서 미시간주 자동차 제조공장에서 노동자 수천명이 해고된 쓰라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국내 유수 대기업들이 미국에 반도체와 배터리 생산기지를 대거 짓겠다고 약속하고 나섰으니,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있을까?
그런데 아이피이에프 출범으로 앞으로 한국이 역내 교역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피이에프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이외의 혜택을 누려야 할 텐데, 그런 경제적 혜택이 무엇인지 모호하기만 하다.
우선, 전통적인 경제통합 형태는 자유무역지역, 관세동맹, 공동시장, 경제동맹이 있는데, 경제프레임워크(EF)는 그 어느 형태로도 분류할 수 없다. 만일 아이피이에프라는 경제플랫폼이 안보와 결부돼 대중국 견제를 위해 운영된다면 우리나라의 기존 통상 환경은 악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경제안보를 복합적으로 끌고 가고 대한민국 경제가 이에 종속돼 간다면, 지금까지 쌓아올린 무역규모 세계 8위, 경제규모 세계 10위로 선진국 그룹으로 격상(유엔무역개발회의)된 우리 경제가 타격을 받을 개연성은 다분하다.
아이피이에프의 4대 의제는 무역 촉진, 공급망, 탈탄소·인프라, 탈세·부패 방지다. 첫번째인 글로벌 무역과 관련해, 우리나라는 58개국과 18건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돼 있어 이미 무역에서 각종 혜택을 누리고 있는 편이다. 두번째인 공급망은 미국이 아이피이에프에서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분야다. 탈탄소 등과 관련해서는 유엔 기후변화협약(1992년)과 파리 기후변화협정(2016년) 이행을 위해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한 가운데 한국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탈세·부패 방지와 관련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뇌물방지협약(1997년)과 유엔 반부패협약(2008년)에 따라 각국이 부패 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한편, 국제기구들도 각국 반부패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아이피이에프 참여를 통해 한국이 통상 분야에서 추가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이란 과연 무엇일까?
아직 밑그림도 그려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장밋빛 전망은 이르다. 차라리 대한민국은 ‘경제안보’라는 복합적인 정책보다는 안보 측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한-미 동맹을 지속해 나가되 경제적으로는 기존 대외 통상 환경을 정비하며 장기적으로 한반도 경제공동체 건설을 염두에 두는 게 필요하다. 언젠가 민족의 숙원인 통일이 이뤄진다면 한반도종단열차(TKR), 시베리아횡단열차(KSR), 중국횡단열차(KCR)를 구축해 한국에서 출발한 컨테이너 화물열차가 유럽의 로테르담, 파리, 런던까지 달리는 대망의 ‘철의 실크로드’가 실현돼야 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아이피이에프 참여 선언에 이어 또다른 아이피이에프 참가국인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정상들과 함께 지난달 말 스페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도 참석했다. 미국의 중국 배제 기조와 중국의 부상이 서구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나토의 전략적 인식 및 이해관계 속에 휘말려드는 것은 아닐까. 이런 행보가 자칫 대러, 대중 통상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경제가 안보에 종속되면 특히 국제통상 분야는 자유시장 경제원리가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피이에프 참여의 경제적 실익은 무엇인지, 그 체제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지 정책적인 차원의 면밀한 분석이 앞서야 한다. 세계 경제규모 10위 선진국 경제를 유지하고, 더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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