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논란' 박지현 출마 무산..'어대명' 공격 나선 당권 주자들
민주당에선 가장 유력한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을 빼고는 속속 당대표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역시 이 의원을 향한 견제도 강화되고 있죠. 97그룹 강훈식 의원과 1996년생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했는데요. 그런데 박 전 비대위원장의 경우에는 당원으로 가입한 지 6개월이 안 돼서 당무위 차원에서 예외 규정을 허용해야만 출마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오늘(4일) "예외를 둘 이유가 없다"면서 '출마자격이 없다'는 판정을 내렸죠. 관련 소식을 류정화 상황실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강훈식/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국민들은 '민주당 참 쓸모없다'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국민께 정치의 존재 이유를, 민주당의 존재 이유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국민의 삶을 바꾸는 쓸모 있는 민주당을 만들겠습니다.]
민주당 '97그룹' 세 번째 주자의 당대표 출마선언은 반성문에 가까웠습니다. 재선의 강훈식 의원은 김대중 정부가 내세웠던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을 복원해야 한다며 '쓸모있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는데요. 강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전략기획본부장'이란 핵심적인 역할로 이재명 당시 후보를 도왔죠. 대선패배 책임론에서 본인도 자유롭지 않다고 했는데, 지방선거 패배에 대해선 후보로 나선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의 책임론을 언급했습니다.
[강훈식/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제가 모든 걸 걸었던 대선후보는 연고도, 명분도 없는 지역의 보궐선거에 출마했습니다. 인천에서 단체장을 지낸 5선의 당대표는 서울 시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습니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습니까?]
지금 민주당 전당대회, 이재명 vs 97그룹 구도입니다. 이 의원에 대해서 세 사람 모두 각을 세우고 있지만 온도는 조금씩 다릅니다. 강병원 의원은 선거 패배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웠고요. 박용진 의원은 "출마해서 세게 붙자"며 논쟁을 예고했습니다. 강훈식 의원은 "이 의원이 돼야 하면 안 나왔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는데요. 이 세 사람, 단순히 '반 이재명'이 아니라 비전과 정책으로 97그룹이 단일화를 할 가능성에 대해선 모두 열어놨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고 했던 강 의원은 '97그룹'이 어떤 사람들인지 일단 살펴보고, 즉 술로 치면 시음을 해보고, 때가 되면 섞어먹는 '소맥'을 만들 수도 있다, 즉 단일화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병원/더불어민주당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도대체 강병원이 새 술이라고 주장하는데 술맛도 못 보셨어요. 시음도 좀 하시고. 시음을 해봤더니 각각의 이 술들을 우리 소맥 좋아하지 않습니까. 폭탄도 좋아하고. 소맥으로 만들면 좋겠다 싶으면 다 때가 오지 않겠습니까.]
97그룹 단일화, '어대명' 즉 '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대세를 깨려는 거겠죠. 이 의원은 최근 공개석상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주말 저녁 트위터로 지지자들과 소통했습니다. "국회 뱃지 왜 안 하고 다니느냐"는 질문에 "너무 무거워서요"라고 쓰는가 하면 "정치의 길로 들어선 걸 후회한 적 없느냐"는 질문엔 "많지요"라고 썼는데요. "댓글 정화, 가짜뉴스 반격도 많이 참여해달라"고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출마를 염두에 둔 게 아니라면, 이렇게 지지자들과의 소통의 끈을 놓지 않을까 싶은데요. 여론조사 상으론 '어대명' 추세 분명합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민주당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조사 결과, 이재명 의원이 35.7%로 1위입니다. 박용진 의원이 16.8%로 2위였고, 이후 김민석, 전재수, 강병원 의원 순이었습니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이 의원의 지지율 더 압도적인데요. 72.7%에 달했습니다. 김민석, 박용진 의원은 한 자릿수였습니다. 당대표 출마가 많아질수록 이 의원이 유리해진단 분석도 나왔습니다.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97세대가 네 분 아니에요. 거기에다가 김민석 의원, 설훈 의원, 정청래 의원 등이 다 표명하더라고요. 후보가 이렇게 많아지면 이익 되는 것은 이재명 의원밖에 없어요. 참나, 이 사람들. 답답한 거야. 이재명을 만들어 주고 있는 거죠. 그래서 나는 97세대도 단일화를 해 봐라.]
이런 가운데 민주당 전준위는 오늘 전당대회 규칙을 의결했습니다. 큰 틀의 변화는 없는데, 민심 반영 비율을 강화했는데요.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뽑는 현행 단일성 집단 지도체제를 유지한다는 결론은 '친명계'의 주장을 들어준 셈이 됐습니다. 당대표의 권한이 강한 지금 형태, 유지하겠다는 겁니다.
[안규백/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장 : 단일성 집단지도는, 순수 집단지도는 여당일 때 많이 방법을 선택을 했고 우리가 전통적으로 야당일 때는 단일성 지도체제를 많이 했습니다.]
대의원 투표의 반영비율은 낮추고 일반 국민 여론조사는 높인 점이 눈에 띄죠. 이른바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좁히려는 시도인데, 권리당원 비율은 그대로지만. 대의원 반영비율이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론 권리당원 반영비율이 조금 더 높아진 셈입니다. 다만, 1년 동안 6번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에게 투표권을 준단 규정도 그대로인데요. 이 부분에선 대선 이후, 3개월 이내 가입한 당원들에게 투표권 주자는 '친명계'의 주장,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투표권 규칙의 직접 적용을 받는 당권 주자가 나타났습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입당한 96년생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입니다.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난 지 한달 만, 출마 할거냐 말거냐, 당대표냐 최고위원이냐 설왕설래가 있었죠. 박 전 위원장은 선거 때 약속했던 '5대 혁신안'을 실천하는 방식으로 지방선거 패배를 책임지겠다고 했습니다. 이른바 '개딸'이라 불리는 민주당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마를 선언한 겁니다.
[박지현/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신입사원이 회장되겠다는 거 아니냐' 이거 뭐라고 답하시겠어요?) 지금은 신입사원의 패기와 용기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 패기와 용기는 둘째 치고 출마 자격이 안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원에 가입한 지 6개월이 지나야 선거권도 피선거권도 주어지는데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월에 입당했기 때문에 후보등록일 기준 당원가입 6개월이 안 되는 겁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당원 가입한지 한 달쯤 된 지난 3월에 비대위원장을 맡겼을 때처럼, 비대위와 당무위에서 '예외 규정으로' 출마가 가능한지 논의해달라고 했는데요. 당의 논의결과에 따르겠다고 했습니다.
[박지현/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6개월이 아직 안 됐는데 이제 권리당원 여부에 따라서 이거는 당무위에서 충분히 논의를 해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그때 적용을 했던 거를 해달라기보다는 이렇게 달리 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으니까 이번에도 당에서 판단을 해달라라는 말씀인데요.]
당내에선 즉각 반발이 나왔습니다. 김남국 의원은 "오직 자신만을 위한 예외를 인정해달라니 너무 황당하다. '공정'을 강조하는 청년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고 했고요. "정치신인이 비대위원장으로 직행한 것도 특혜인데 또 다시 특혜를 요구하는 거냐"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선출직이 아닌 '비상대책위원장'으론 '신선한 인물'을 데려오기 위해 당 밖에서 수혈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죠. 당 대표 즉 당직 출마 요건과는 경우가 다릅니다.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등 선출직 공직의 출마 요건과도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는데요.
[현근택/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총선 때 선출직에 나가는 분들은 대부분 입당하고 바로 나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김동연 지사 같은 경우에도 예를 들던데 그때는 사실은 어찌 보면 당대당 통합형식이었거든요. 공직에 나갈 때는 당내 선출 규정과 좀 다릅니다.]
민주당 비대위원회는 박 전 위원장이 '출마 자격요건이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박 전 위원장의 출마를 위한 예외 조항을 당무위에서 '부결'한 게 아니고요, '당무위 안건'으로도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비대위원 만장 일치였다고 했습니다.
[우상호/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 비대위원들은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소중한 더불어민주당의 인재이지만, 예외를 인정할 불가피한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민주당 내 분란의 씨앗, 국민의힘 입장에선 팝콘각일까요. 박 전 위원장을 감싸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이재명 의원이 직접 출마를 가능하게 길을 터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김근식/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이재명 측에서 이야기하는 게 '누구는 나가고 누구는 나가면 안 된다'라고 이야기하는 건 안 된다는 거 아닙니까?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처럼 청년을 대표하고 또 여성 정치인을 대표하는 그런 분이 당대표 출마의 의지를 가졌다면 저는 환영할 일이라고 봅니다. (이재명 의원 측에서 당신도 나오시오. 나도 나가겠소, 이렇게 하는 스탠스가 좋겠다.) 당연하죠. 당연하죠. 그게 이재명다운 거죠. 앞뒤가 일관된 논리고.]
하지만 이재명 의원이 박지현 전 위원장의 손을 들어줄 지는 의문입니다. 비대위원장 사퇴 한달만에 공개석상에 복귀한 박 전 위원장, "이재명 당대표는 안 된다"고 직격하고 나섰기 때문인데요. 대선 당시엔 이 의원을 믿고 '2030 여성표'를 모아왔지만, 대선 이후 "이재명 의원이 달라졌다"고 한 겁니다. 대선 땐 디지털 성범죄를 비롯한 성범죄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했었지만요. 이번에 지선을 앞두고 최강욱 의원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선 본인의 입까지 막았다고 했는데요.
[박지현/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비대위원장 시절에 박완주 의원 제명권이나 최강욱 의원 사건 등에 대해서 거의 어떤 말도 하시지 않았어요. 그리고 심지어 최강욱 의원 건을 제가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 그런 발언들을 막기도 하셨고, 이런 부분에 있어서 좀 이게 저는 온정주의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박 전 위원장은 이 의원 본인을 둘러싼 수사상황 즉 '사법리스크'도 당 대표에 출마하지 말아야 할 이유라고 지목했습니다.
[박지현/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수사 관련해서도 너무 문제가 많은데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됐을 경우에 이제 윤석열 정부, 국민의힘에서는 정치 보복을 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시도를 할 것이고, 그러면 우리 당은 이거를 방어하기에 급급할 텐데 그렇게 되면 또다시 민생은 실종되고 또 정말 정쟁으로만 비춰질까.]
이러한 박 전 위원장의 발언, 친 이재명계 김남국 의원은 정면 반박에 나섰는데요. "정치보복을 당하는 당원 동지와 연대해서 맞서 싸워야 하는데,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고 한 겁니다.
[김남국/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불법 부당한 일에 정치 보복에 맞서서 싸워야 되는 것이 당연한데 정치보복에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거꾸로 피해자에게 정치보복 당할 거니까 나오지 말라고 하는 것은 맞지가 않다. 그리고 당대표 자격도 없는 발언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과 김남국 의원의 공방, 들어가서 좀 더 얘기해보고요. 97그룹 의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박 전 비대위원장의 당대표 출마가 불발되면서 민주당 당권 구도가 더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여전히 변수는 이재명 의원의 출마입니다. 이 의원이 "108번뇌가 아니라 108만 번뇌가 있을 것"이란 발언도 나왔는데, 관련 소식은 앞으로도 다정회에서 전해드립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박지현 출마 무산…'어대명' 공격 나선 당권 주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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