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혁신 속도낸다..기관장 연내 '70명+알파' 교체
공석 13·임기끝 24곳 즉시 임명 가능..32곳도 연내 끝
'파티는 끝' 혁신 압박 수위 고조..블랙리스트 변수도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장 물갈이에 본격 착수한다. 현재 공석이거나 연내 임기가 끝나는 70명의 교체가 확정적인 가운데 정부가 ‘파티는 끝났다’며 고강도 혁신에 나서며 교체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이데일리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과 각 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370개 공공기관(20개 부설기관 포함)의 기관장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70개 기관(약 19%)의 기관장 임기가 만료됐거나, 올해 안에 끝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수출입은행과 국민연금공단, 한국관광공사 등 13개 기관은 현재 기관장이 공석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5월10일 당시 4곳이었으나, 새 정부 출범 후 자진 사임이나 별세 등으로 더 늘었다. 방문규 전 수출입은행장은 지난달 국정조정실장으로 임명됐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24곳은 기관장 임기 만료 후 차기 기관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4일로 임기가 끝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체코·폴란드 원전 사업 유치를 위한 현지 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수원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지난달 말 공모 절차를 시작해 현재 후보를 5명으로 추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와 한수원은 이르면 8월께 한수원 신임 사장을 임명한다.
이밖에 한국가스공사(036460), 한국지역난방공사(071320) 등 공공기관 32곳의 기관장 임기가 연내 만료된다. 채희봉 사장의 임기가 이달 8일 종료하는 가스공사의 경우 임추위를 꾸려놓은 상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장 교체를 마친 곳은 한국산업은행 뿐이다. 정부는 이동걸 전 회장이 임기를 남겨둔 채 퇴임하자 지난달 강석훈 박근혜 정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신임 회장으로 임명했다.
정권 초 기관장 교체 규모는 이보다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은 재무건전성 개선, 방만경영 해소 등을 두고 공공기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전 정부에서 임명한 ‘캠코더(캠프 출신·코드 인사·더불어민주당 소속)’ 기관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과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원 이사장을 두고 “우리(새 정부)하고 너무 안 맞는다”며 사퇴 압박을 가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의 기관장 임기는 원래 2024년 5월까지였으나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지난달 20일 2021년 경영평가 실적을 발표하며 기관장 해임 건의를 한 만큼 조기 교체가 유력하다. 한국전력공사(015760)와 산하 5개 발전 공기업(중부·남부·남동·서부·동서발전)도 그 임기가 대부분 2년 남짓 남았으나 기관장 조기 교체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이곳을 포함한 14개 기관을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했다. 업계 안팎에선 이를 실적 개선 노력 여하에 따라 기관장을 조기 교체할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로 받아들인다. 재무위험기관에 오른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한국철도공사(코레일)도 예외는 아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재연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전까진 정권 교체와 함께 공공기관장도 임기와 무관하게 교체하는 관행이 있었다. 하지만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 초기이던 2017년부터 산하기관 임원에게 사퇴 압력 행사로 실형을 받으면서, 정부가 기관장에게 노골적으로 사퇴 압력을 행사하는 게 어렵게 됐다. 검찰은 현재 문재인 정부 산업부에 대한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과거에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전 정부와는 기조가 조금이라도 맞지 않더라도 기관장을 바꾸는 일이 많았으나 현재는 기관장 임기를 존중하는 분위기”라며 “정치색이 짙은 ‘코드인사’를 제외하면 향후 기관장을 조기 교체한다면 경영이나 재무평가를 통한 문책성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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