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내려놓은 국악, 흥이 되어 피어오른다

이환주 2022. 7. 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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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여우락 페스티벌 개막
올해 주제는 확장·증폭·팽창
미디어아트 프로젝트 그룹 '무토'
거문고 퍼포먼스 1인자 '박다울'
조선팝의 창시자 '서도밴드' 등
23일까지 국립극장 릴레이 무대
16일엔 월드뮤직그룹 '공명'과
일렉트로닉 밴드 '이디오테잎'
합동 야외공연도 볼거리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와 함께하는 미디어아트 프로젝트그룹 무토(MUTO)가 지난 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2022 여우락 페스티벌' 개막공연 '그라운드'를 선보이고 있다. '여우락'은 '여기, 우리 음악(樂)이 있다'의 줄임말로, 이 시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음악을 선보이고자 기획됐다. 국립극장 제공
송가인, 이날치 밴드, 고영열, 서도밴드. 국악을 베이스로 어느날 혜성처럼 등장한 스타, 라고 대중은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음악을 근본으로 대중성과 인기를 함께 잡은 이들의 성공 뒤에는 우리 음악계의 지원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송현민 음악평론가는 앞서 칼럼을 통해 "국악을 창작한 인기 그룹과 음악가들의 이면을 살펴보면, 사실 국악계의 다각적인 지원과 이들의 성장이 함께해왔다"며 "여러 기획 공연은 물론이고, 국립극장 여우락페스티벌 같은 축제의 장에서 대중과 뜨겁게 만나기도 했다"고 썼다.

국립극장은 이달 1일부터 23일까지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는 뜻의 '2022 여우락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지난해에 이어 거문고 연주자이자, 작곡가·음악감독이기도 한 박우재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다. 올해 여우락의 주제는 '확장', '증폭', '팽창'이다. 국악의 틀을 깨고 다른 음악 장르로, 한국을 넘어 세계로 K-음악이 뻗어 나간다는 뜻이다. 국악계의 새로운 혜성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어딘가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관객의 '시선'과 '귀길울임'이었을 뿐이다.

■프로젝트 그룹 무토, 여우락 개막 화려하게 열어

지난 1일과 2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선 박우재가 속한 미디어아트 프로젝트 그룹 '무토'의 '그라운드' 공연이 진행됐다. '그라운드'는 '토양'을 뜻하며 무토가 쌓아온 예술적 토양을 볼 수 있는 무대였다. 듣는 음악이 아닌 보는 음악, 국악이면서 국악을 넘어선 소리와 빛의 하모니였다.

박우재의 거문고 연주(아날로그)와 신범호의 전자음악(디지털)을 중심으로 미디어아티스트 박훈규·홍찬혁의 환상적인 시각예술이 결합된 무대를 선보였다. 국악기와 전자음악, 미디어아트가 한데 어우러졌다. 검은 무대 배경에 붉은 빛이 수직으로 조명을 내리고 검은 실루엣에서 대금 연주가 들려온다. 붉은 빛, 초록 빛 등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 선율, 거문고와 드럼, 판소리가 함께 어우러지며 관객의 심박을 뛰게 했다. '광활한 대지'를 뜻하는 무토의 이름에 어울리는 무대였다.

이날 무대에서는 2016년 무토 결성 이후 선보인 창작음악과, 올해 6월 발매되는 첫 앨범 '배스트 플래인스(VAST PLAINS)'의 수록곡도 만날 수 있었다. 우리 음악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 공연도 이어졌다. 정악 대금의 대표 독주곡인 '청성곡', 판소리 단가 중 하나인 '만고강산' 등을 고수연(대금), 김보림(판소리), 박예정(가야금), 채수현(경기소리) 연주와 드럼 사운드로 재해석했다.

2일과 3일에는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의 '거문고 패러독스: 거문고는 타악기가 아니다' 공연이 진행됐다. 박다울은 앞서 자신의 공연을 "거문고 하나를 두고 제가 공연의 기획자도, 연주자도, 창작자도, 관객도 되면서 그들 사이의 끊임없는 줄다리기를 표현하는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박다울은 지난해 여우락에서 3명의 거문고 연주자 중 한 명으로 무대에 올랐으나 올해는 단독 공연을 선보였다. 그는 2021년 JTBC 음악 경연 프로그램 '슈퍼밴드2'에서 3위를 차지한 실력파 밴드 '카디'의 멤버로 출연했다. 당시 거문고를 타악기처럼 두드리거나 첼로처럼 활로 켜기도 하고 줄을 끊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사람들의 뇌리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조선팝의 창시자' 서도밴드… 무료 야외 공연도

'조선팝의 창시자'라 불리는 서도밴드는 오는 9일과 10일 달오름극장에서 '조선팝 지도'로 여우락 무대에 선다. 서도밴드는 JTBC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동아방송예술대 출신 음악가들이 모여 결성한 6인조 밴드다. 5살 때부터 중학생 때까지 판소리를 공부했던 서도와 기타·베이스·드럼·건반 등 대중음악을 전공한 멤버로 구성됐다. '조선팝'은 조선 후기에 성행한 판소리의 전통과 멋을 지키고, 대중성까지 잡겠다는 의미다. 오디션 프로그램 진행 후 열린 첫 단독콘서트는 티켓 판매 3분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올해 무대에서는 '뱃노래', '사랑가', '바다' 등 대표곡과 창작곡, 이달에 발매되는 신곡도 함께 만나 볼 수 있다.

올해 여우락은 3년만에 완전체 공연을 선보인다. 김정희 국립극장 PD는 "2020년 온라인 생중계, 2021년 객석 띄어앉기로 축소했다면 올해는 전 좌석을 오픈했다"며 "특히 2013년 이후 9년 만에 야외 공연을 재개한다"고 말했다.

오는 16일에는 국립극장 문화광장에서 월드뮤직그룹 '공명'과 일렉트로닉 밴드 '이디오테잎'의 합동 무대 '공테잎: 안티노드'가 펼쳐진다. 지난해 여우락 초연 당시 "넘쳐흐르는 소리의 향연" 등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올해는 야외에서 진행된다. 야외공연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22일과 23일에는 여우락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여우락 익스텐션'이 열린다. 여우락을 빛낸 대표 출연진이 앞으로 다시 있기 힘든 합동 공연을 펼친다. 무토, 리마이더스와 달음, 천지윤과 상흠 등이 지난 무대의 하이라이트 공연을 다시 선보인다.

올해 여우락 공연은 글로벌로도 확장한다. 올해 여우락 작품 중 '리마이더스·달음' 등의 공연이 오는 10월 영국 런던 'K뮤직 페스티벌'에 올라 우리 소리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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