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없이도 살 수 있게"..고용부 담당자 한 마디, 왜?

박민규 기자 2022. 7. 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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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사망 사고, 분명 줄었다
②'진짜 책임자'가 책임져야
③사고=처벌? 아닙니다
④법 없이도 살 수 있게

“(안전을 우선시하는) 조직 문화를 관행·습관화한다면, 몇 년이 지난 후에 이 법이 없어도… 기업들이 내재적으로 움직인다면 입법 목적을 달성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일터가 안전해진다면, 중대재해법 같은 건 없어도 되지 않겠느냐…' 고용노동부 강검윤 과장(중대산업재해감독과)의 말입니다. 강 과장은 오늘(4일) 오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세미나에 발표자로 나섰습니다.

세미나는 고용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주최했습니다. 〈중대재해법 수사, 어떤 기준으로 하고 있나〉를 주제로 민간 기업과 공공기관, 지자체 관계자와 연구원 등 3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오늘(4일) '중대재해법 해석'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사진=박민규 기자)


① 사망 사고, 분명 줄었다

이날 고용부가 제시한 통계를 보면, 상반기 '사망 사고'는 분명 줄었습니다. 6월 23일까지 사고 건수는 289건, 사망자 수는 306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대비 건수는 11.3%(37건), 사망자 수는 7.6%(25명) 줄어든 것입니다. 특히 중대법 시행 이후 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는 지난해 대비 10% 넘게 줄었습니다.

다만 '사고 유형'은 그대로입니다. 올해 난 289건 중 떨어짐이 116건(40.1%), 끼임 56건(19.4%)입니다. 세미나에서 김규석 고용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사고) 내용을 보면 결국 예전과 비슷하다”며 “절반 이상이 추락과 끼임으로, 기본 안전조치만 해도 막을 수 있는 것들”이라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래도 김 정책관은 “7월에는 10명 이하의 사망사고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하반기에는 중대산업재해가 대폭 감소해 수사 대상이 한 건도 안 나오는, 어떤 기업도 수사를 안 받게 되는 것이 소망”이라고 덧붙였습니다.

② '진짜 책임자'가 책임져야

법의 목적은 이런 산재를 '예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관심은 주로 '처벌'에 쏠려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가장 뜨거운 쟁점은 경영 책임자를 누구로 볼 것이냐, 즉 누가 처벌 대상이냐는 것입니다. 경영계에서는 '최고 안전 책임자'(CSO)를 따로 두고, 사고가 났을 경우 이 사람을 대표이사에 준하는 사람, 즉 처벌 대상으로 볼 수 있게 해 달라 요구해왔습니다.

책임 소재를 가리는 작업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강검윤 과장은 “책임자 특정 작업이 수사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안전보건 의무를 확보했느냐보다 '안전 책임자'가 누구냐를 살피느라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고용부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안전과 보건'만을' 담당하는 경우, 이 사람이 대표이사처럼 사업체를 총괄하고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적어도 현장 책임자에 대해 인사·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고,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권리, 도급 계약 체결 시 계약 대상과 금액 등을 결정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강 과장은 “수사 대상이 된 CEO가 '나는 CSO(최고 안전 책임자)에게 전부 위임해서 잘 모른다'고 주장하면, 자기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 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관리자를 선임해놨다고 안전을 나 몰라라 한다면, 결국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의 '4가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진=박민규 기자)

③사고=처벌? 아닙니다

중대재해법은 닥치는 대로, 더 많이 처벌하자는 법이 아닙니다. 고용부도 여러 차례 강조해왔습니다. 김규석 정책관은 “수사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결국 예방에 있다”면서 “수사는 어떤 부분이 부족해서 사고가 났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말했습니다.

▽사고가 나면, 먼저 안전 조치를 위반했는지 살핍니다. ▽위반이 있었다면 그것이 경영 책임자가 '의무'를 다하지 않아서 발생한 것인지 따집니다. ▽그 결과, '인과 관계'가 입증된다고 판단하면 처벌이 가능합니다. 조건이 간단치 않습니다.

김 정책관은 “(처벌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현장에서 위험 요인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라며 “조치를 제대로 했다면 그 자체로 면책 규정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④ “법 없이도 살 수 있게”

여당 국민의힘과 경영계에서는 이 법을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반년도 안 된 법을 고치면 힘 있는 '재벌 봐주기'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 첫 기소 사건이 나온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중대재해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쌓이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다시 강검윤 과장의 말로 돌아가겠습니다.

“기업들이 (법 조항이) 불명확하다고 하고, 공포감도 얘기하지만 안전에 관련된 분들이 정말 열심히 한다는 것도 느껴집니다. 현장이 변하고 있고,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압니다. (중략) 조직 문화를 관행화하고 습관화한다면, 몇 년이 지나고 이 법이 없어도 기업들이 내재적으로 움직인다면… '한시법'으로 가는 게 입법 목적을 달성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강검윤 중대산업재해감독과장, 4일

고용부와 산안공단은 내일(5일)까지 관련 세미나를 이어갑니다. 내일은 법학 교수와 변호사 등이 법 해석상의 '쟁점'을 놓고 토론을 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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