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개특위·알짜 상임위 논의 미루고..여야, 일단 국회 문 열었다
경제위기 속 대립 명분 약해져
여야 서로 "우리가 양보" 주장
'의장단 선출'만 일단 합의
정무위·운영위 놓고 혈투예고
이날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하반기 국회가 가동될 수 있었던 배경에 자당의 양보와 결단이 있음을 서로 주장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협치에 의한 국회 운영과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 정상화가 시급하다"며 "비록 민주당에 의한 일방적인 의장단 선출이 예정됐었지만 국민의힘은 통 큰 양보와 결단을 통해 적극 협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한 달 넘게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양보와 인내를 거듭했다"며 "초대형 복합 위기 앞에 풍전등화 신세로 내몰리는 민생을 지키기 위해 더 이상 국회 공전을 방치할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여야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주요 상임위원장 배분 등 민감한 이슈는 일단 미루고, 이미 정해져 있던 김진표 국회의장 선출 건을 매개로 하반기 국회 문을 열었다. 권 원내대표는 "우리가 의장단 선출에 협조한 가장 큰 이유는 빨리 상임위원장을 선출해 국회 원 구성을 마무리 짓자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도 "경제 위기 해소 및 인사청문회 등 특수 절차를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의장단 선출은 불가피하다고 국민의힘에 요청했다"며 "국민의힘이 의장 선출에 협조한 것은 의미 있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선(先)의장단 선출'이 합의된 배경에는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국회 의장단을 선출해도 의석수가 적은 국민의힘이 막을 방법이 없다는 현실적 이유도 작동했다. 민주당은 여당 원내지도부가 지나치게 윤석열 대통령 눈치를 보며 협상의 폭을 매우 좁게 설정했다는 불만이 있었다. 박 원내대표가 전날 한밤중에 "양보가 없으면 의장을 단독 선출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낸 배경에도 이 같은 민주당 내 기류가 반영됐다. 만약 이날 여야 합의가 불발돼 국회의장을 단독으로 선출했다면 원 구성 협상은 기약 없이 지연될 수 있었다. 이는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 집권당에는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비록 이날 하반기 국회가 시작됐지만 진짜 여야 협상은 지금부터라는 의견이 많다. 법제사법위원회는 국민의힘이 가져가게 됐지만 그 외 주요 상임위원회를 놓고 '여당이냐, 다수당이냐' 하는 치열한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반기 국회에서 상임위원장은 민주당이 11개, 국민의힘이 7개였다. 국회 의석수에 비례해 위원장직을 배분하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11대7'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지만, 국민의힘에서 여당임을 고려해 '10대8' 정도로 조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핵심은 '알짜' 상임위원장 배분이다. 전반기는 여당 겸 다수당인 민주당이 법사위, 행정안전위원회(치안·지방자치), 외교통일위원회·국방위원회(안보) 등 국정 운영의 주요 축을 담당하는 상임위를 차지했다. 민주당은 하반기에도 행안위를 비롯해 전반기 상임위 다수를 유지하는 동시에 국민의힘에 넘겨준 정무위, 국토교통위 등 2년 뒤 총선에 유리한 상임위를 가져오고 싶어한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관행대로 맡던 상임위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는 "나라와 경제가 정말 어렵고, 안보상 위기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 일주일 안에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직을 국민의힘에 양보하는 대신 내건 사개특위 카드가 변수다. 권 원내대표는 "설령 사개특위 구성을 논의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 및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결정 뒤로 미루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기존 합의한 중재안(민주당 7명, 국민의힘 5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구성, 위원장은 민주당)이 있는데 다수 의석인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적게 갖는 비상식적 선례를 어떻게 수용하겠느냐"고 맞받았다.
[채종원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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