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와 글 사이로 생생히 살아나는 '사암' 정약용의 한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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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학자 정약용(1762∼1836)은 다산(茶山)이라는 호로 유명하지만, 생전 그는 다양한 호를 사용했다.
책은 '사암' 정약용이 1822년에 자신의 삶을 정리한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 집중본(集中本)과 '사암선생연보' 등을 중심으로 그의 일생을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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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조선 후기 학자 정약용(1762∼1836)은 다산(茶山)이라는 호로 유명하지만, 생전 그는 다양한 호를 사용했다.
여러 호 가운데 '사암'(俟菴)은 정약용이 마지막으로 쓴 호로 알려져 있다.
이 호는 후대에 성인(聖人)이 나와 자신의 저서를 보더라도 그의 주장이 그르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지었다고 한다.
정약용의 후손이자 수십 년간 도서 편집 분야에 종사해온 정해렴 전 창작과비평사·현대실학사 대표는 신간 '사암 정약용 전기'에서 600쪽이 넘는 분량으로 '정신적 스승'의 삶을 꼼꼼히 기록했다.
책은 '사암' 정약용이 1822년에 자신의 삶을 정리한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 집중본(集中本)과 '사암선생연보' 등을 중심으로 그의 일생을 풀어나간다.
저자는 특히 사암의 생을 시대별로 따라가면서도 그가 남긴 여러 시문과 서간문을 인용해 사암의 목소리를 되살린다. 연도에 따라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다큐멘터리인 셈이다.
책에서는 사암의 생을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 등 세 시기로 크게 분류한다.
청년기의 그는 뛰어난 재능을 갖고 정조로부터 총애를 받으며 경기 암행어사, 곡산도호부사, 형조참의 등의 벼슬을 역임하고 수원 화성을 설계하는 등 업적을 쌓았다.
이후 신유옥사를 겪으면서 그의 삶도 변한다. 그는 이 시기 18년 동안 긴 귀양살이를 하며 동암(東庵)에 터를 잡았고 연구와 후학 양성에 힘쓰며 많은 저술과 작품을 남겼다.
귀양을 끝내고 여유당으로 돌아와 저술 정리에 힘쓰던 노년기에는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고 동학들과 교류하며 더 나은 삶을 추구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인간 정약용'을 보여주는 다양한 편지와 글을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은 사암이 14세 때 금강산을 유람하고 돌아온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해금강의 모습을 읊은 오언시 '그리운 금강산'(懷東嶽)부터 결혼 60주년 기념일을 자축한 시까지 다양한 작품을 우리말로 옮겨 소개했다.
아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한 작품이나 시골 할아버지의 모습을 천연덕스럽게 묘사한 연작시 등에서는 우리가 알던 '대학자'가 아닌 '인간' 정약용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그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객관성을 의심받는 일이 없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였다고 한다.
창비. 676쪽. 4만원.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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