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위안부 소녀상'이 세워지길..[화제의 책]

역사 앞에 부끄러운 위안부 소녀상 표지

지난 1991년, 김학순 할머니가 기나긴 세월 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꺼내놓으면서 일본군위안부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문제는 이내 한·일 갈등의 불씨가 됐고, 수요집회와 함께 평화의 소녀상은 전 세계 인권운동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혐한과 반일이라는 내셔널리즘만이 한·일 양국에 날카롭게 맞서고 있을 뿐이다.

특히 한국 정치가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 여성운동단체들 또한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치고 있지만, 일부로부터 ‘피해자 할머니들의 삶을 이념화하는 데 몰두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처음 폭로한 사람은 일본 기자였다. 1970년의 일이다. 1965년 한일협정 당시에도 한국 지도자와 정치가들은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울러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직후 여성운동단체가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쟁점화하면서 국민 여론이 형성되기는 했지만, 일본군위안부 논쟁은 국민 정서에 기대어 정쟁에 이용되거나 사회적 이슈로 소비되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중대한 역사적 과제로 다뤄지지 못한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역사인식이 그만큼 빈약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역사인식의 빈곤은 반일이 아니면 친일로 낙인찍고,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치면서도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자기모순적 행태를 계속 초래했다. ‘역사 앞에 부끄러운 위안부 소녀상’(김영관 지음 / 조영륜 그림 / 와이즈북)은 이렇듯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소녀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을 통해 우리의 역사인식을 들여다보고, 우리 안에 내재된 희생자 의식 속 민족주의, 피해자 중심주의, 분열주의 역사관, 납득하기 어려운 진영 논리 등을 되짚어본다.

이와 함께 이 책은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같은 민족 최대의 비극을 초래한 국가적 책임을 다루고 있다. 그 중심에 무능한 왕과 부패한 지배계급이 있다. 21세기 들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역사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역사적 오류와 잘못된 역사인식을 바로잡아 더 나은 대한만국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