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수주에만 매달리다..6위였던 해외건설 경쟁력 '바닥 모를 추락'
(2) 건설사 '안방싸움'에만 몰두
해외플랜트 인력 10년새 급감
대형건설사 최대 75% 인원 감축
대우건설, 4개였던 조직 하나로
국내 주택사업 위주로 인력확충
"당장 돈 되는 내수 시장에 올인"
해외 경쟁력은 갈수록 악화
2016년 정점 찍고 '곤두박질'
설계는 인도·포르투갈에 뒤처져
국토부 2019년부터 통계도 안 내
인력 감소→경쟁력 저하 악순환
2012년 2647명에 달하던 GS건설의 플랜트 부문 직원은 현재 652명으로 쪼그라들었다. 10년 새 플랜트사업 인력의 75.35%(1995명)가 감소한 것이다. 이 기간 GS건설의 전체 인력이 6647명에서 5404명으로 18.70%(1243명) 줄어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플랜트 부문 인력 감소는 도드라진다. GS건설 관계자는 “해외 수주가 줄어든 상황에서 주택사업 인력 수요가 늘면서 플랜트 직군 인력을 전환배치했다”고 설명했다.
한때 해외를 주무대로 삼았던 국내 건설사들은 이제 ‘안방 시장’을 두고 혈투를 벌이고 있다. 치열한 해외 수주 현장을 뛰던 해외 플랜트 인력들은 주택 부문으로 전환배치되거나 구조조정을 거쳐 퇴장했다. 전문 인력 감소는 기술과 경험 축적 부실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해외 수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됐다. 한 중견 건설사 대표는 “리스크 관리가 쉽지 않은 해외 수주에 매달리기보다 당장 돈이 되는 국내 주택사업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단기 실적주의가 업계에 팽배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외 조직 축소하고 주택 부문은 강화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위권 건설사 대부분은 국내 주택사업 위주로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해외 진출이 활발하던 2012년 플랜트사업총괄 부문을 별도로 신설하며 의욕을 불태웠다. 총괄 부문 아래 플랜트지원본부, 발전사업본부, 석유화학본부, 플랜트엔지니어링본부 등 4개 본부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지금은 플랜트사업본부 하나로 쪼그라들었다.
‘해외 건설 외화 획득 1호’ 기업인 DL이앤씨도 한때 해외영업실(2012년 신설)을 별도로 둘 정도로 해외 공사 수주에 열을 올렸다. 2012~2013년엔 해외 영업력을 높이기 위해 한 번에 수백명씩 인력을 뽑기도 했다. 지금은 도시정비·주택사업 인력 위주로 선발하고 국내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DL이앤씨의 국내 사업 인력(지난해 말 기준)은 4209명으로 해외 사업(1252명)의 3.4배에 달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2010년대 초반만 해도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해외 경험을 쌓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지만 2010년대 중반 대규모 손실 이후엔 확실하게 돈 되는 주택사업만 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건설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주택 부문 비중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5개 건설사의 전체 매출에서 국내 주택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57.52%에 달했다. 지난해 현대건설의 주택 비중은 48.6%로 50%에 육박한다. GS건설(56%), 대우건설(66.9%), 롯데건설(75.6%) 등 상위사의 주택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주택사업 몰두로 해외경쟁력 곤두박질
대형 건설사가 국내 주택사업에 매달리면서 지방에서도 ‘수주 혈전’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 지방 정비사업은 지역 건설사 몫으로 돌아갔지만 대형 건설사가 지방 원정까지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달 대전 도마·변동4, 5, 13구역과 대덕 법동2구역 등 4개 구역 정비사업 입찰에서는 현대건설·GS건설·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가 모조리 시공권을 따갔다. 계룡건설산업·금성백조 등 대전 기반 건설사가 현장설명회에 참여해 수주에 의욕을 보였으나 대형 건설사의 공세에 맥을 추지 못했다.
건설사들이 ‘안방 혈투’에 힘을 쏟는 동안 해외 경쟁력은 급전직하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의 해외 시공 경쟁력은 2017년 7위에서 2018년 10위로 떨어졌다. 중국(1위)과 터키(9위) 등에 뒤처졌다. 1위인 중국의 시공 경쟁력 점수(10점)를 기준으로 한국은 5.3점이었다. 설계 경쟁력(2018년 기준)은 13위로 포르투갈(8위)과 인도(12위)에도 밀렸다. 1위인 미국의 설계 경쟁력 점수가 10점이라면 한국은 2.7점에 그쳤다. 시공·설계·가격 경쟁력을 모두 감안한 종합 경쟁력은 2016년 6위에서 2017년 9위, 2018년엔 12위로 추락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경쟁력 하락 속도에 놀란 국토교통부는 2019년부터 해외 경쟁력 분석 용역조차 중단해 이젠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 종합 경쟁력이 어디까지 하락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최현대 서울대 엔지니어링연구센터 교수는 “단기 실적에 매몰돼 국내 시장에만 갇혀 있다 보면 해외시장에선 갈수록 도태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심은지/김은정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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