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방치' 비판에 국회 정상화 시작한 여야..사개특위 구성과 상임위원장 배분 '뇌관'
여야가 4일 21대 국회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하며 ‘국회 정상화’의 첫걸음을 뗀 데에는 민생 문제를 한달여 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 책임론,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과반 제1당으로서 입법부 공백을 해소해야 할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다만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과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는 타협을 보지 못하며 향후 협상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예고했다.
여야는 이날 국회의장단 선출과 향후 상임위원장 합의 선출에 뜻을 모으며 한목소리로 민생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을 정상화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라며 “굉장히 어려운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여야가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생을 지키기 위해 더 이상 국회 공전은 방치할 수 없다”며 “이제 개점 휴회 상태를 끝내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민생 경제 위기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물가와 금리가 치솟는 상황에서 한달 넘게 국회를 가동하지 않아 민생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은 여야 공히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여야는 유류세 최대 인하율 인상 등 일부 민생 대책을 놓고 같은 주장을 펴왔지만 정작 상임위원회가 없어 입법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과 국회 과반 제1당 민주당 모두 책임을 지고 국회를 정상화해 민생 입법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거셌다.
국민의힘은 당초 목표였던 법제사법위원장직을 가져가는 실리를 추구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의장단 선출에 합의했음을 강조하며 향후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에서 민주당의 법사위원장 포기 약속을 관철시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의장단 선출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특히 법사위는 국민의힘의 몫이라는 점을 명심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통 큰 양보”라는 표현을 6번이나 써가며 국회 정상화에 국민의힘 몫이 크다고도 강조했다.
민주당은 거대야당의 ‘입법 독주’ 부담을 덜어내고 정부 견제 기회를 신속히 만드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과 김영주 국회부의장을 단독으로 뽑을 경우 상대당 동의를 얻지 못한 ‘반쪽 의장단’이란 오명이 불가피했다. 지난 1일 국회의장단 선출을 한차례 미루고, 이날 의장단 선출 조건으로 국민의힘의 ‘상임위원장 합의 선출’ 주장을 수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단 국회를 가동시켜 윤석열 정부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등을 개최해 정부 견제 동력을 키우겠다는 판단도 엿보인다.
이날 의장단 선출로 첫 발을 뗀 21대 후반기 국회가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난관이 많다. 여야가 상임위원장 배분과 관련한 원구성 협상을 타결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따른 수사기관 개혁을 논의할 국회 사개특위 구성을 놓고 여야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사개특위 위원장을 국민의힘 몫으로 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각각 5명 동수로 위원을 꾸리지 않으면 사개특위 구성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가 검수완박법을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여당이 검수완박 입법 후속조치인 사개특위 논의에 합류하는 엇박자를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사개특위 구성과 관련한 국민의힘 요구에 선을 그었다. 박 원내대표는 “사개특위의 모든 안건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는 제안을 수용한 정도면 저희가 양보한 것”이라며 “그 이상 요구하는 건 사개특위 가동을 끝까지 막겠다고 하는 정략적 의도가 담겨있다”고 비판했다.
여야는 원구성 협상을 신속히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서로를 압박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장단 선출 직후 SNS에 “저희가 의장단 구성에 먼저 협조한 만큼 민주당 역시 빠른 시일 내에 합의 정신에 따른 상임위원장 선출로 화답하길 바란다”며 “법사위를 강탈하거나 사개특위를 강행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향후 원구성 협상을 속도 있게 진행해 모든 상임위원장들이 조속히 합의로 선출될 수 있길 바란다”며 “여야의 그간 불신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필요한 약속 대 약속 이행의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박광연·박순봉·조문희·탁지영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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