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 반도체 전문가, 특허청서 매년 200명 뽑을 것"

이새봄 2022. 7. 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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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출신으론 최초
이인실 특허청장 인터뷰
부족한 심사인력 대폭 확충해
반도체 특허등록 뒷받침할 것
내년부터 5년간 1000명 증원
등기 안한 부동산 소용없듯이
반도체 기술도 특허 매우 중요
향후 AI·바이오 전문가도 충원
전문기술 다투는 특허 소송
변리사가 공동대리 맡아야
해외파견 특허관 확대 추진
이인실 특허청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특허청 서울사무소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아무리 멋진 집과 빌딩을 지어도 등기를 안 하면 아무 소용이 없지요. 특허는 기술의 등기 제도입니다. 반도체 기술을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개발한다고 해도 특허를 내야만 그 기술을 보유하게 되는 거예요."

이인실 특허청장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거쳐 내년부터 5년간, 매년 최소 200명의 반도체 전문 특허 심사관을 채용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업에서 평생 반도체를 연구해온 퇴직 연구자들을 반도체 분야의 전문 심사관으로 영입해 전문성을 확보하면서 부족한 심사 인력을 늘려 특허 심사 속도를 높여야 한다"며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기술을 확보하려면 부동산 등기처럼 특허를 통해 기술을 '우리 것'으로 만들고 보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31일 특허청 역사 73년 만에 첫 민간·여성 청장으로 취임한 이 청장은 취임식에서 '꽃(코르사주)'을 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례 없는 상황에 당황하는 직원들에게 "내가 가슴에 꽃을 달지 않아도 청장인 것을 모두 아는데 굳이 달 필요가 있느냐"며 "불필요한 일을 줄이고 본질에 집중하자"고 말했다.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업무는 과감히 줄이자는 첫 민간 출신 청장의 일성은 특허청 내에 작지만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 청장은 취임 후 한 달의 기간을 일일여삼추(一日如三秋)라고 표현했다. 그는 "하루에 가을이 세 번 오는 것 같은 일일여삼추를 경험했다"며 "37년간 밖에서 지켜보던 특허청을 안에서 들여다보면서 외부에서 느꼈던 특허청의 아쉬운 점을 개선해 나갈 방법을 함께 찾아보는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청장이 특허청에 와서 가장 먼저 관심을 기울인 부분은 특허를 심사·등록하는 심사관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그는 "심사와 심판의 전문성을 취임사에서도 강조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심사관이 심사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 즉 '본질'에 집중하는 업무 환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심사 외 업무에서 심사관을 최대한 배제하고 근본적으로는 전문 심사관 등을 통해 심사관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공무원들은 모든 활동이 다 보고서로 나오지 않나. 각 국장들이 보고서를 올릴 때마다 관련된 업무에 심사관이 관여했는지 질문하고 불필요한 부분에 심사관이 동원되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한다"며 "청장이 시간이 날 때마다 심사 효율성을 강조하니 내부에서도 많이 신경 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부터 전문 심사관이 심사에 투입될 수 있도록 행안부 등 부처와 협의 과정을 거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이 청장은 "기업과 과학기술단체를 위해서라도 반도체 등 전문 분야의 심사관들을 채용해 심사관을 늘리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연내 채용 공고와 연수 과정을 거쳐 내년부터 이들이 실제 업무에 투입될 수 있게 하기 위해 정부의 각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를 시작으로 전문 심사관 제도가 정착된다면 바이오와 인공지능(AI) 등 향후 세계적인 기술 트렌드에 맞춰 전문 심사관을 영입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퇴직 인력을 전문 심사관으로 활용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 낸 아이디어라 한국이 이 제도를 시작하게 되면 세계적으로도 반향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기술을 진흥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제대로 보호받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며 "특허 공동 소송 대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청장은 "특허 관련 소송은 변호사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변리사가 같이 기술 파악을 해줘야 하지만 현재 기준으로는 이른바 '빅7 로펌'만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일반 중소기업은 비용 등 문제로 대형 로펌에 소송 대리를 맡기기가 어려워 대부분 특허 소송을 포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대형 로펌 법률 대리인조차 법정에서 변호사 단독으로 기술적 내용에 대해 즉석에서 답변하기가 어려워 방청석에 앉아 있는 변리사가 쪽지로 발언 내용을 전달하기도 한다"며 "이제는 국민과 과학기술, 재계를 위해 정상화가 필요한 시점이 되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이 청장이 임기 내 반드시 이루고 싶은 숙제는 '해외 특허관 확대'다. 그는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기업들이 특허나 상표 분쟁을 맞닥뜨리면 각 나라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워낙 전문적인 부분이라 대사관 측에서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현재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일부 선진국에 해외 특허관이 나가 있지만 정작 대한민국 기업이 중요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브라질과 칠레 등 중남미에는 특허관을 파견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거점에서 밀착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심사관이 있어야 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유관 부처를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첫 민간인 출신 청장으로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는 데 대해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이 청장은 "평소 현업을 하며 생각해왔던 것들을 기관장이 되어 만들어가는 일이 진심으로 재미있으면서도 의미가 있다"며 "정부 시책에 맞추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많지만 무엇보다 기술 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기술 안보 대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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