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빈땅..구로공단 기숙사 '광명 보람채'를 아시나요

박종필 2022. 7. 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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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보증금 62만원, 월세 2만4000원과 공과금을 포함한 월 주거비는 5만원.'

서울시가 한때 경기 광명시에서 운영했던 '서울 미혼 여성 근로자 전용 임대아파트'의 주거비다.

소유는 서울시지만 개발계획 인허가권은 광명시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광명시 관계자는 "매월 2회 이상 캠코와 만나 부지 개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안전과 미관 문제로 민원이 상당한 만큼 캠코와 기재부 측에 철거라도 조기에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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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레이더
1986년 준공..450가구 규모
女근로자 최대 1000명 거주

‘1인당 보증금 62만원, 월세 2만4000원과 공과금을 포함한 월 주거비는 5만원.’

서울시가 한때 경기 광명시에서 운영했던 ‘서울 미혼 여성 근로자 전용 임대아파트’의 주거비다. ‘보람채아파트’(사진)로도 불린 이곳은 부지면적 6만2301㎡에 9개 동, 450가구 규모로 1986년 준공됐다. 서울시가 2014년 폐쇄를 결정하고 문을 걸어잠근 뒤 8년여 넘게 방치하는 바람에 지금은 잡초만 무성한 도심의 흉물로 남아 있다.

보람채아파트는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 중인 ‘역세권 청년 임대주택’의 초기 모델이나 마찬가지다. 주거비가 저렴한 대신 입주 요건이 엄격했다. 근무처가 서울인 근로자 중 만 26세 미만이면서, 연봉 1500만원 미만인 미혼 여성만 입주가 가능했다. 공무원과 4년제 대학 재학·졸업자 학력도 입주가 불가능했다.

서울 구로공단 여사원들을 위한 기숙사 개념이었다. 전용면적 49㎡ 크기로 방 2개짜리 1채에 2명이 거주했다. 기숙사처럼 밤 12시 통행금지 시간도 있었고, 퇴근 후 귀가 때는 여성 안전을 위해 입주증 검사도 했다. 보람채아파트에 최대 1000여 명이 거주했다.

서울시는 2013년 말 이곳의 폐쇄를 결정했다. 애초 구로공단 생산직 여사원을 위한 숙소였지만 구로공단이 수도권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차츰 입주자 직업군이 서비스업, 사무직 등으로 다양해져 당초 취지가 퇴색한 데다 여성 특혜 시비를 우려해서였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개발업체 대표는 “부지 가치가 오르면서 수익성 측면에서 서울시가 민간에 매각을 추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폐쇄 이후엔 다양한 개발 방안이 논의됐지만 기관끼리의 복잡한 권리관계 때문에 아직까지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소유는 서울시지만 개발계획 인허가권은 광명시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8년 넘게 공터로 버려진 사이 인근 아파트 가격은 10억원 선(전용 84㎡ 기준)을 넘어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인접한 광명두산위브트레지움 84㎡는 지난 3월 12억원에 매매 거래됐다. 보람채아파트 맞은편 e편한세상센트레빌도 84㎡가 10억~11억 선에 거래되고 있다.

땅 주인은 지난해 7월 또 한 번 바뀌었다. 서울시가 중앙정부와 국유재산 맞교환 방식으로 부지 소유권을 기획재정부에 넘겼다. 현재 기재부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부지 개발 방안을 위탁한 상태다.

광명시는 현재 캠코와 부지 개발을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 광명시는 기업 연구소를 유치하거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청년창업공간으로 조성하는 ‘융복합 클러스터’를 구상하고 있다. 양측 협상이 잘될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 기재부 국유재산심의위원회를 통과하고 인허가를 거치면 실제 착공은 2026년 가능할 전망이다. 완공은 2029~2030년께로 예상된다.

광명시 관계자는 “매월 2회 이상 캠코와 만나 부지 개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안전과 미관 문제로 민원이 상당한 만큼 캠코와 기재부 측에 철거라도 조기에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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