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민생 앞세워 파국 피했지만..사개특위 구성 등 뇌관 여전
남은 쟁점 수두룩..개점휴업 비판 의식 '임시봉합' 평가도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고상민 기자 = 여야의 국회 정상화 협상이 4일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한 달 넘게 지속돼 온 21대 국회 후반기 공백 사태가 가까스로 해소됐다.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거듭하던 여야가 전격 손을 맞잡은 데에는 민생·경제 위기에도 '개점 휴업' 상태를 이어가며 힘겨루기만 한다는 싸늘한 여론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으로선 집권 초기부터 불어닥친 민생 위기를 마냥 방치한다는 비판이,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선 입법 독주 프레임이 계속되는 데 대한 부담이 더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물가 급등을 비롯한 민생고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여야가 더는 의회를 공백 상태로 둘 수 없는 데다 민주당이 국회의장단 단독 선출 강행을 예고한 만큼 이날 극적 돌파구 마련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국회 개점휴업 마지막 날인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승겸 합동참모의장의 임명을 재가했다.
앞서 김창기 국세청장도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됐다. 여야가 정쟁으로 국회를 비운 사이 후보자 3명의 인사청문회가 '패싱'된 것이다.
우선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임기 초반 국정과제를 입법적 측면에서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빠른 국회 정상화가 절실했다.
특히 초대형 경제 복합위기인 '퍼펙트 스톰'이 다가오는 난국에 원 구성조차 이루지 못하며 장기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집권 여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3박 5일간의 스페인 방문 일정을 마치고 지난 1일 귀국하자 당장 주말에라도 원 구성 합의를 마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터져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국회 정상화라는 대승적 목적을 위해 국회의장단 선출에 협조하기로 했다"며 "이는 위기에 빠진 민생과 경제를 더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하에 국민들의 삶과 직결된 법안 처리 등 일하는 국회를 위해서 큰 양보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으로선 국민의힘이 이날 협상 막판에 내건 '상임위원장 합의 선출 시 국회의장 선출에 협조하겠다'는 제안은 나쁘지 않은 퇴로였다.
국회의장 단독 선출을 강행할 경우 '거야(巨野) 독주 프레임'이 또 한 번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우리 민주당은 한 달 넘게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양보와 인내를 거듭해왔다"며 "초대형 복합 위기 앞에 풍전등화의 신세로 내몰리고 있는 민생을 지키기 위해서 더 이상의 국회 공전은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원내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상임위원장 합의 선출은 원래 당연한 것 아니냐. 그걸 조건이라고 내걸었으니 우리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며 "일단 국회의장을 여야 합의로 선출하고 나머지 협상은 다시 하면 된다"고 말했다.
후반기 국회가 가까스로 가동에 들어갔지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구성 등 여야가 대치해 온 쟁점들이 적지 않아 정국이 언제든 다시 경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핵심 쟁점들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뇌관은 그대로 둔 채 여야가 일단 의장단을 합의 선출하는 모양새로 국회 문을 열며 갈등을 '임시 봉합'했다는 것이다.
여야가 전날 양당 원내대표 및 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 회동'을 심야까지 벌이고도 원 구성 협상을 타결짓지 못한 것도 바로 사개특위 구성을 둘러싼 이견 때문이었다.
사개특위는 민주당이 추진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입법에 따른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논의하기 위한 기구다.
국민의힘은 사개특위를 여야 5대5 동수로 구성하고, 위원장은 국민의힘 몫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만약 우리 조건을 민주당이 수용하지 못한다면 사개특위 운영 관련 논의를 저희가 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요구하는 법사위 권한 축소에 대해서도 "체계·자구 심사권과 관련, 자구 체계의 범위 내에서 심사한다는 건 작년 국회법 개정을 통해 이미 명문 규정이 돼 있다"며 "거기에 대해 또 다른 얘기하는 거 자체가 사족"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민주당은 사개특위 구성안은 이미 전반기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만큼 위원장의 소속 정당(민주당)은 물론 구성 비율(민주당 7명, 국민의힘 5명, 비교섭단체 1명)도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사개특위 구성은 이미 합의된 내용으로, 약속의 문제"라며 "이걸 다시 되돌려서 위원장을 국힘이 맡고 비율도 여야 동수로 하자는 것은 비상식적인 선례를 남겨달라는 요구"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개특위 모든 안건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는 국민의힘 제안을 우리는 수용했다. 여당을 충분히 존중하고 양보한 것"이라며 "그 이상의 요구는 결국 사개특위 가동을 끝까지 막겠다는 정략적 의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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