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35일만의 국회 정상화, 여야는 민생위기 극복에 머리 맞대야

연합뉴스 2022. 7. 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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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일정 진행하는 신임 김진표 의장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하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의장석에 올라 의사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2022.7.4 [국회사진기자단] uwg806@yna.co.kr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출신 5선의 김진표 의원이 4일 제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국회가 공백 상태로 접어든 지 35일 만에 여야 합의로 입법부 수장이 뽑힌 것이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총투표수 275표 중 255표를 얻어 국회의장에 당선됐다. 부의장에는 4선의 민주당 김영주 의원, 5선의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각각 선출됐다. 김 의장은 수락 연설에서 "여야 원내대표단에 조속히 원 구성 합의까지 이뤄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며 "원 구성부터 신속하게 끝내야 한다. 국회 개원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이고, 국민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민생경제 위기에 긴급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국회 민생경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 "인사청문회 특별위원회도 시급히 구성해 남은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에 착수하자" 등의 제안도 내놨다. 이어 그는 "35년 된 낡은 헌법 체계를 시대에 맞게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며 "지금까지 많은 개헌 논의가 있었고 사회적 공감대도 넓게 형성돼 있다. 이런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21대 국회 임기 안에 개헌을 이뤄낼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김 의원은 국회법에 따라 탈당해 무소속이 됐으며, 21대 국회가 끝나는 2024년 5월까지 의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로 선출될 수 있었던 것은 진통을 거듭하던 여야의 국회 정상화 협상이 막판에 극적으로 타결된 데 따른 결과다. 여야 합의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조건으로 국회의장단 선출에 협조하겠다는 국민의힘 측 제안을 민주당이 받아들인 것이다. 앞서 여야는 전날 양당 원내대표 및 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 회동'까지 하면서 원 구성 협상을 벌였으나 서로 입장차만 확인한 채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이날 오전에는 여야 원내대표가 협상 결렬의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며 공방전을 벌였다. 급기야 민주당이 오후 본회의에서 의장단 단독 선출을 강행하겠다고 예고하면서 21대 국회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 의장까지 민주당에 의해 단독 선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가 당내 의원들을 대상으로 이날 국회 경내 비상 대기령을 내린 상태에서 개최한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민주당의 단독 본회의 소집에 대해 '샤우팅'과 '피케팅' 등의 다양한 대응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국으로 치닫는 듯하던 협상이 극적으로 합의된 것은 당장 국회 문을 열어 산적한 민생현안을 처리하고 위기에 대응하라는 거센 여론의 압박을 여야가 더는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 달 이상 공전을 거듭한 국회가 늦게나마 정상화의 길로 들어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의장단의 단독 선출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아직 완전한 정상화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여야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장단 선출을 위한 협상을 계속해야 하는데, 최대 쟁점인 사법개혁특위 구성을 두고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경제와 안보 상황은 굳이 말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엄중하다. 정치권이 원 구성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사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위기는 날로 심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우리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렵고, 경제 문제는 국내외가 따로 없다"고 했는데,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초대형 복합 위기 앞에 풍전등화의 신세로 내몰리고 있는 민생을 지키기 위해서 더 이상의 국회 공전은 방치할 수 없다"고 했다. 지금이 미증유의 위기라는 현실 인식에는 여야가 한치도 다르지 않은 셈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남은 협상에서도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구현함으로써 산적한 민생 현안 해결에 서둘러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것이 35일간 '직무유기'를 했다는 비판을 조금이나마 씻어낼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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