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채용 허용한 비상식 판결"..민변, 신한은행 채용비리 무죄 확정 비판

금융정의연대 등 5개 단체 "학벌·스펙 좋은 지원자 부정채용 용인"
"부정입사자에 면죄부..채용비리처벌특별법 통과시켜야"

신한은행 채용 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1.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이준성 기자 = 신한은행 채용비리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64)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 받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부정 채용을 허용하는 비상식적이고 부정의한 판결"이라고 4일 비판했다.

민변 노동위원회는 이날 오후 금융정의연대 등 5개 시민단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공정을 지켜야 할 재판부가 채용의 공정성을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회장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 회장과 함께 기소된 윤승욱 전 신한은행 인사·채용담당 그룹장 겸 부행장은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확정됐다.

조 회장은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조카손자부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의 아들, 자신이 다니는 교회 교인의 아들 등 외부 청탁을 받은 뒤 전형별 합격 여부를 보고하게 해 특혜를 제공하고 남녀합격비율을 맞추려 점수를 조정한 혐의로 2018년 9월 기소됐다.

1심은 조 회장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무죄로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1심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된 2015년 상반기 지원자 1명과 2016년 하반기 지원자 1명의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정당한 합격이거나 합격 사정을 거친 지원자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민변 등은 "대법원이 소위 학벌과 스펙이 좋은 지원자의 부정채용을 법적으로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판결을 확정했다"면서 "조 회장뿐 아니라 부정입사자에게도 면죄부를 주었고 앞으로의 피해구제까지 막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채용비리에 적용할 법이 마련돼있지 않아 재판부는 채용 담당 직원을 피해자로 보고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한계가 존재한다"면서 "국회가 청탁자와 회사를 모두 처벌하고 부정합격자의 채용을 취소하는 내용을 담은 채용비리처벌특별법을 하루 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js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