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 목재 폐기물 '리그닌' 이제 귀한 물건 [Science]

이새봄 2022. 7. 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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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캐나다 대학 합동연구팀
고성능 플라스틱 화합물 만들어
성균관대, 자외선 차단물질 개발

나무가 땅속에 뿌리를 박고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는 이유는 '리그닌' 때문이다. 리그닌은 나무 같은 목질화한 식물의 주성분으로 조직을 단단하게 지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일반 섬유보다 훨씬 더 복잡한 유기질 분자로 이뤄져 있고 쉽게 분해되지 않으며 다른 물질과도 잘 섞이지 않기 때문에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골칫거리였다. 전 세계 펄프·제지공장에서 나오는 리그닌 폐기물은 연간 1억t에 달한다.

하지만 과학의 마법은 리그닌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끔 변신시켰다. 이를 통해 골칫덩이 리그닌은 탄소중립 시대의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고 있다. 올해 초 미국 오하이오에 위치한 델라웨어대학 토머스 엡스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과 캐나다 국립에너지연구원 합동연구팀은 리그닌과 글리세린 등을 혼합하고 적절한 온도·압력을 가한 뒤 3D프린터 공정을 통해 고성능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성균관대 연구진은 리그닌을 활용한 자외선 차단 필름·코팅제를 개발했다.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연구팀은 펄프공장 폐기물을 수거해 리그닌을 추출한 뒤 화학반응을 거쳐 변형시켜 나노입자로 만든 다음 빛이 투과하도록 했다. 이 리그닌에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에서 만들어진 폴리락틱애시드(PLA)를 결합해 투명하고 강한 필름과 코팅제를 개발했다. 관련 연구 결과는 2017년 3월 국제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게재됐다.

지난 3월 박찬범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리그닌과 태양광을 활용해 의약품·정밀화학 제품 등에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만들 수 있는 기술적인 토대를 다졌다. 연구팀은 리그닌이 고분자 상태에서 햇빛을 받으면 마치 식물이 자연광합성 과정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전환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과산화수소를 만들 수 있다고 입증했다. 특히 광촉매는 산소를 환원해 과산화수소를 생성할 때 알코올, 포름산, 글루코스 등을 필요로 하는데, 리그닌은 산소와 물만 이용해 과산화수소를 합성할 수 있어 경제성이 뛰어나고 부산물도 내놓지 않아 더욱 친환경적이다. 연구팀은 "정밀화학 제품을 합성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적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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