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의 여왕' 이멜다, 93세 생일 광고판으로 망신살, 이유는?
‘사치의 여왕’으로 불린 필리핀 전 영부인 이멜다 마르코스(93)가 대통령의 어머니로 돌아오자마자 구설에 올랐다. 그의 생일을 기념하는 대형 전광판 속 사진이 무단으로 사용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3일 필리핀 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문제의 사진은 전날 마닐라 도심 한 고층 빌딩 전광판에 등장했다. 붉은 드레스를 입은 채 한곳을 응시하는 이멜다의 모습 아래로 ‘93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Happy 93th Birthday)’라는 문구가 쓰인 화면이 커다랗게 걸려있다.
이를 두고 미국 출신 영화감독 로렌 그린필드는 해당 사진이 자신의 다큐멘터리 ‘킹메이커’에 나온 장면이라며 저작권 침해를 주장했다. 2019년 공개된 ‘킹메이커’는 마르코스 가문의 행적을 비판한 작품으로, 이멜다가 아들의 대선 출마를 위해 남편의 독재를 미화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멜다 마르코스: 사랑의 영부인’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그린필드는 같은 날 트위터에 전광판 사진을 여러 장 올린 뒤 “이멜다의 생일 축하를 위해 내 이미지를 훔친 사람은 분명 저작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광고 게시자와 건물주가 누구인지 제보해달라며 ‘도둑질 중지’라는 해시태그를 덧붙였다.
온라인에서는 축하 문구의 틀린 철자도 웃음거리가 됐다. 전광판에 쓰인 ‘Happy 93th Birthday’라는 메시지를 보면 ‘93rd’가 맞는 표기지만 ‘93th’로 잘못 적혀있다. 이후 광고 게시 업체는 사과문을 공개하고 광고를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멜다가 말라카낭궁(대통령궁)의 국빈 만찬장에서 성대한 생일파티를 벌였다는 현지 보도까지 나오며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이멜다는 1965년부터 1986년까지 필리핀을 통치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이다. 그는 ‘사치의 여왕’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데, 남편의 집권 동안 국민 혈세 등 부정으로 축재한 재산으로 보석류와 명품 구두 등을 마구 사들이는 향락을 누려왔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부부가 1986년 2월 항쟁(피플 파워) 당시 하와이로 망명한 뒤 밝혀졌다. 당시 시위대가 점거한 대통령궁에서는 드레스, 장신구, 가방, 3000켤레의 명품 구두 등 각종 사치품이 발견됐다. 이마저도 마르코스 일가가 급히 떠나느라 다 챙겨가지 못하고 남은 것들이었다.
이멜다는 1991년 필리핀 대법원의 사면을 받고 귀국했다. 1995년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복귀했고 이후 3회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5월 아들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64)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이멜다 역시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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