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무장 흑인, 경찰 총격에 사망..몸에 상처 60곳

박은하 기자 2022. 7. 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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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남성이 경찰의 총 세례를 받고 사망한 사건이 벌어진 애크런에서 3일 시위대가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연합뉴스

비무장 흑인 남성이 경찰이 쏜 총알 수십 발을 맞고 숨지는 사건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 경찰 당국은 3일(현지시간) 경찰에 쫓기다 총에 맞아 사망한 제이랜드 워커(25)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신체에 부착한 카메라(보디캠) 영상을 공개하고 사건 경위를 설명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사망 당시 워커는 비무장 상태였다.

애크런 경찰 당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27일 0시30분쯤 교통 및 장비 규정 위반 혐의로 워커의 차를 멈춰 세우려 했다. 워커는 정지 명령을 듣지 않고 달아났으며 추격 1분이 지나지 않아 총성이 들렸다. 교통 단속반 카메라에는 총구에서 나오는 섬광이 포착됐다.

경찰이 공개한 6분가량의 영상을 보면 워커는 몇 분 뒤 차량의 속도를 줄였으며 스키 고글을 쓴 채 운전석에서 뛰쳐나와 인근 주차장으로 달아났다. 차량 좌석에는 권총과 장전된 탄창, 결혼반지가 발견됐다. 경찰관 8명이 10초가량 워커를 쫓아 주차장 안에서 사방으로 그를 포위했다. 경찰 중 한 명이 전기충격기로 워커를 제압하려다 실패했고 그 무렵 총성이 울렸다. 경찰은 응급구조 조치를 시도했으며 워커는 나중에 사망했다고 밝혔다. 워커의 시신에는 60곳 이상의 상처가 확인됐다.

애크런 경찰이 공개한 영상/로이터연합뉴스

스티브 마일렛 애크런 경찰서장은 워커가 몸을 돌리고 팔을 허리 아래까지 내려뜨린 모습을 강조하며 “영상만으로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워커가 경찰관들을 향해) 팔을 뻗으려는 동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역시 위협을 느낄 만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경찰은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설명할 준비가 돼 있고 사건에 책임져야 한다”면서도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들이 최종진술을 할 때까지 내 판단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워커의 몸에 난 상처가 모두 경찰의 총격에 의한 것인지는 추가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애크런 경찰 당국은 총격에 연루된 경찰관들이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8명 가운데 7명은 백인이고 1명은 흑인이며, 경력은 1년 6개월~6년 사이이며, 과거 총기 관련 징계를 받았던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워커 측 변호사인 바비 디첼로는 “경찰이 응급처치를 시도하기 전에 워커에게 수갑을 채웠다”며 경찰의 발포도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데이브 요스트 오하이오주 법무장관은 “경찰 보디캠 영상은 전체 그림의 일부분일 뿐 결론을 내려면 정확한 조사가 끝나봐야 안다”고 밝혔다.

애크런에서는 주말 내내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데릭 존슨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의 총재는 성명에서 “워커의 죽음은 경찰의 정당방어가 아니라 살인”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발표가 이뤄진 3일 수십 명의 시위대가 애크런 사법센터 앞까지 평화행진을 하고 정의를 요구했다. 경찰은 밤늦게 최루탄을 발사해 이들을 해산했다고 지역 방송들이 전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미국에서는 연간 1000명 안팎의 시민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지난해에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시민은 1005명이었다. 2016년 기준 흑인은 전체 인구의 14%이지만 경찰의 총격 사망자 가운데는 26%를 차지한다. 2020년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미 전역에서 시위가 일었고 경찰의 현장 대응 방식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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