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 1년 새 71% 급감..'노·도·강' 80% '뚝'↓

천호성 2022. 7. 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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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7496건 손바뀜..통계작성 이래 최저
서울 청약경쟁률 4분의 1 토막 분양시장 '냉각'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3400여채 규모 반포자이 아파트에서는 지난달 한 건의 매매계약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곳은 지난 연말부터 전용면적 84㎡타입의 3.3㎡ 당 매매가가 1억원을 넘어서는 등 서초구 단지들 중에서도 ‘대장주’로 꼽히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연초보다 1억원 이상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와도 손바뀜이 끊겼다는 게 공인중개소들의 말이다.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매매로 갈아타기를 고민하던 세입자들도 한동안 집값이 오르지 않을 거라고 보고 전월세로 눌러앉고 있다”고 전했다.

올 상반기(1∼6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이 반기 기준 역대 처음으로 1만건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청약경쟁률도 1년 새 절반 이하로 꺾이는 등 매매와 신규분양 시장이 한꺼번에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경기 부진과 가파른 금리 인상에 3기신도시 청약 등의 영향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역대 최저’로 줄어든 서울 매매거래

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부동산거래현황 자료를 보면, 상반기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매매 계약은 7496건으로 관련 통계가 처음 집계된 지난 2006년 이후 반기 기준 가장 적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2만5825건)에 견줘 1년 새 71% 급감한 숫자다. 거래 신고가 계약일 이후 30일 동안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거래량은 이보다 많을 수 있지만, 종전 최저였던 2008년 하반기(7∼12월·1만1742건)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가 네자릿수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역별로는 소형아파트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 둔화가 뚜렷했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 거래량은 지난해 상반기 4360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892건으로 80% 급감했다. 같은 기간 강남4구(강남·강동·서초·송파구)와 강북지역 한강변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거래량은 각각 69%, 70% 줄어 서울 평균에 비해 감소폭이 적었다.

거래는 얼어붙었지만 매물은 꾸준히 출회되고 있다. 부동산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시장의 매물은 6만5461건으로 지난 2020년 7월26일(6만6556건)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많았다. 내년 5월까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한시 유예되면서, 서울 외곽을 중심으로 매도에 나서는 집주인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돈줄 마른 수요자들 청약서도 발빼

기존 아파트 시장의 얼어붙은 분위기는 신규 분양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정보회사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의 신규분양 청약경쟁률(사전청약 단지 제외)은 13.1대1로 지난해 같은 기간(30.0대1)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당첨자의 최저 가점은 이 기간 41.0점에서 29.5점으로 11.5점 하락했다.

수도권 지역별로는 서울이 124.7대1에서 29.4대1로 4분의 1토막이 났다. 서울의 최저 가점은 61.1에서 44.5점으로 떨어졌다. 경기지역 경쟁률 역시 30.0대1에서 9.6대1로 3분의 1로 줄었다.

이에 서울에서도 1순위에 청약을 마치지 못하는 단지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보면, 2월 강북구 수유동에서 분양된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전체 22개 중 9개 주택형이 1순위에서 청약을 마치지 못했다. 마포구의 도시형생활주택 등에서도 200채 이상의 미분양이 나오면서, 5월말 기준 서울 미분양주택은 688채로 전달(360채)보다 328채 늘었다.

금리 인상과 경기 부진으로 앞으로 집값 상승 가능성을 낮게 본 수요자들이 지갑을 닫은 결과로 풀이된다. 분양 시장의 경우 올해부터 아파트 분양 잔금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면서 예비 청약자들의 목돈 마련 부담이 더욱 커진 영향도 있다. 지난 연말부터 사전청약을 받은 경기 평택·파주시, 인천 등 수도권 3기신도시 아파트들 역시 주택 수요를 분산시켰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기존 아파트 매매시세가 조정되다 보니 분양시장에서도 ‘분양가가 높다’는 인식이 수요자들 사이에 생기고 있다”며 “최근 비수도권의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이 일부 해제됐지만, 경기 전망이 회복되거나 분양가가 떨어지지 않는 한 청약 수요가 쉽게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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