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의 여왕' 이멜다의 귀환..호화 생일파티에 전광판 축하메시지
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 마르코스의 93세 생일을 맞아 대형 전광판 축하 메시지 설치 등 대대적인 축하 행사가 이어졌다. 그는 남편의 집권 시절 과도한 사치 행각을 벌여 한때 궁지에 몰렸으나, 최근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64)가 대선에 승리하며 다시 실세로 떠올랐다.
필리핀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멜다는 생일을 맞은 지난 2일(현지시간) 필리핀 대통령궁인 말라카낭궁의 국빈 만찬장에서 성대한 생일파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멜다는 마르코스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말라카낭궁에서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렸다. 현지 매체들은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뒤 필리핀 대통령실에 구체적인 입장을 요청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측은 “공익이나 복지 관련 사안에 대해서만 입장을 낼 예정”이라며 언론의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마닐라 도심의 한 빌딩에 설치된 대형 LED 전광판에는 “퍼스트레이디 이멜다의 93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라는 내용의 축하 메시지와 이멜다의 이미지가 등장하기도 했다. 누가 광고를 의뢰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생일 축하 메시지가 공개되자 적절성 등을 두고 여러 논란이 일었다. 메시지의 철자가 틀린 점도 도마에 올랐다. ‘93rd’가 맞는 표기지만, 해당 광고판에는 ‘93th’로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다큐멘터리 작가인 로렌 그린필드는 전광판에 등장한 이멜다의 사진이 자신의 작품인 ‘킹메이커’에 담았던 사진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며 저작권 침해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광고업체 측은 실수를 인정하며 메시지를 내리기도 했다.
이멜다의 생일 풍경은 아들의 대선 승리로 변화된 그의 위상을 보여준다. 그는 남편의 재임 시절 막대한 권력을 휘둘렀으나, 1986년 시민 혁명인 ‘피플파워’가 일어나며 궁지에 몰린 바 있다. 당시 이멜다의 과도한 사치 행각은 필리핀을 넘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영부인 시절 보석류와 명품을 마구 사들였으며, 그의 궁에서는 3000켤레의 명품 구두가 확인돼 논란이 됐다. 이멜다는 시민 혁명 당시 자신이 사들인 물건들을 망명지에 다 가져가는 것이 불가능해 그중에서도 고가품만 가져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 혁명으로 힘을 잃었던 이멜다는 1991년 대법원의 사면을 받은 뒤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지난달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가 대선에서 승리하며 다시 권력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마르코스 현 대통령은 선거 기간 ‘댓글 부대’를 활용해 아버지 시대의 인권 유린을 부정하고, 고도성장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전략으로 대중의 호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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