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 침체, 이전보다 완만한 수준..기간은 길어질 것"

2022. 7. 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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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망 어둡다" 대 "걱정할 수준 아냐"..전문가들 의견 갈려
민간 부문 대차대조표 양호.."경제 충격 이겨낼 수 있는 환경"
경기 침체 장기화에는 대부분 동의..노동·주택 시장 영향 크지 않을 듯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州)에 있는 한 마트에서 남성이 장을 보기 위해 카트를 끌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미국 경제가 ‘더블딥(double dip·경기 이중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이번 경기 침체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80년대 석유파동과 2007~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보다는 완만하지만 끈질기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 5월 개인소비지출(PCE) 규모가 올해 최소 증가폭을 보였다는 점과 제조업 지표가 지난달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점을 들며 경제 약세의 조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러 경제지표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민간 부문 대차대조표가 양호한 것과 같이 경제적 환경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충격이 크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 1일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실시간 국내총생산(GDP) 전망 지표인 ‘GDP 나우’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 2분기 GDP 성장률을 연율 기준 -2.1%까지 예측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3일 보고서를 통해 미 경제가 40년 만에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까지 내놨다.

블룸버그통신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찾아온 12차례의 미국의 경기침체를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미국 경제는 2.5% 위축됐고, 실업률은 약 3.8% 증가했으며 기업 이윤은 약 1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난이 찾아오면 평균 10개월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면서 이번에 찾아올 경기 침체의 강도와 기간은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그리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제회복을 위해 어떤 결정을 할 지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잠재적 경기 침체를 두고 미 전문가들의 의견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체이스 앤 컴퍼니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가 “위험할 정도로 경기 침체에 가까워졌다”며 중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29일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정책 포럼 패널 토론에서 “미국 경제는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중앙은행들은 탄탄한 노동 시장을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율을 2%까지 줄일 수 있다”며 낙관론을 펼친 것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우려를 표했다.

애나 웡 블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확실이 줄었다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것으로 경기 침체가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린지 피그자 스티펠 니콜라우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는 거의 불가피하다”며 “경기 침체의 발생 여부가 아닌 강도와 지속 기간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비롯해 이전 미국의 경기 침체만큼 상황이 악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인플레이션이 폴 볼커 전 미 연준 의장이 취임했던 1979년처럼 10년 이상 지속되지 않았다며 미 경제나 미국인의 정신에 내재돼 있지 않다는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날의 연준이 물가를 낮추는 데 큰 장벽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매튜 루제티 도이체방크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민간 부문 대차대조표가 양호한 상태”라며 소비자, 은행, 그리고 주택 시장 모두 경제난을 잘 이겨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연준 자료에 따르면 바이든 정권의 막대한 지원으로 가계 부채 의무는 1분기 가처분 개인 소득의 9.5%에 불과했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터졌던 2007년 말의 13.2%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더 나아가 지난달 23일 미 연준이 34개 은행을 대상으로 경제적 위기상황 대처능력을 시험하는 ‘스트레스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모두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률 급증과 부동산 가격 폭락, 주식 폭락 등의 복합적 경제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주택 시장과 관련해 “연준이 설계한 모기지 이자율 급등으로 주택 시장이 뒤늦게 타격을 입었지만, 투기 목적 부동산 공급으로 넘쳤던 2006~2007년보다 나은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또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는 미 노동 시장은 직원 감축에 더욱 신중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제이 브라이슨 웰스파고 기업·투자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년 간 기업들은 직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며 “노동 시장에서 대량 해고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의 강도와 상관없이 지속기간은 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금리를 ‘0’ 이하로 낮추지 못할 경우 경제 침체가 지속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yoo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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