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식민주의 반성'..나이지리아에 '왕의 머리' 등 문화재 1000점 반환
독일이 과거 식민통치의 대상이었던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과거사 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10여년 전 식민통치했던 아프리카 나미비아에 고대 유물을 반환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한데 이어 이번에는 과거 영국군에 의해 약탈된 후 독일까지 흘러들어온 문화재를 나이지리아에 돌려주기로 했다.
독일 안날레나 베어복 외무장관과 라이 모하메드 나이지리아 문화장관은 지난 1일(현지 시각) 베를린에서 협정식을 열고 나이지리아의 베닌 왕국 문화재 2점을 포함해 1000여점의 유물을 반환하다는 환수 협정에 서명했다.
이 자리에서 베어복 장관은 “우리는 식민주의 역사를 직시하고 있다”며 “우리가 아프리카의 파트너와 함께 과거를 마주하고 우리가 책임을 질 때 더 나은 미래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이 이번에 나이지리아에 반환하는 고대 유물은 이른바 ‘베닌 브론즈’라 불리는 청동 문화재다. 1897년 1월 10여명의 영국인 사절단이 서아프리카 베닌 왕국을 방문하던 중 원주민의 습격으로 사절단의 상당수가 살해당하는 ‘베닌 학살’ 사건이 발생했고, 이 사건을 빌미로 영국은 1897년 2월부터 약 3주간 ‘베닌 원정’이라는 이름으로 수천에 달하는 대량학살과 마을 파괴, 문화적 약탈을 자행했다. 당시 약탈한 청동 및 상아 문화재가 5000점을 넘어선다.
베어복 장관은 “당시 이 작품을 구입한 사람은 독일의 영사이자 사업가였다. 그와 함께 이 유물들은 유럽으로 진출했다”며 “독일이 이 같은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독일 박물관에 남아있는 베닌 왕국의 문화재가 1000점을 넘어선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반환대상에는 ‘왕의 머리’라 불리는 유명 작품이 포함됐다.
문화재 반환은 오는 8월 착공을 앞두고 있는 나이지리아의 박물관이 완성되면 본격 이뤄질 전망이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박물관 완성 시기를 내년말로 예상하고 있다.
독일의 이 같은 아프리카 문화재 반환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에는 과거 식민통치했던 아프리카의 나미비아에 보석과 각종 도구, 수공예품 등 고대 유물 23점을 반환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반환과 관련해 “지난 5년동안 식민주의 하에서 약탈한 청동이나 다른 물품을 원산지로 반환하는 움직임이 증가해왔다”며 “유럽의 박물관들이 이런 논의의 선두에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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