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 대상포진 후 신경통[경희대병원 명의토크]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요즘, 대상포진 발병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요즘과 같은 무더위로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체력이 고갈되며 면역력도 저하되기 쉽고, 자외선 노출로 예전에 감염됐던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몸 속에 잠복해 있다가 활성화돼 대상포진 발생률이 높아진다.
대상포진은 주로 한쪽 가슴이나 등, 얼굴에 띠 모양으로 발진과 물집 형태의 피부질환이 나타나고 통증이 동반된다. 환자의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으로 세포성 면역력이 떨어지면 재활성화되는 질환으로 고령층에 유병률이 높다. 대상포진은 최근 젊은 층에서도 면역력이 저하될 수 있는 스트레스나 운동 부족도 원인이 돼 발생되기도 한다.
대상포진의 피부 병변은 2~3주 정도면 치유된다. 다만 신경 자체가 손상되면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악화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발생되면 치료가 힘들고 심한 통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증상이 지속되면 우울증, 불면, 불안과 같은 동반증상이 생기며, 기억력이 저하되거나 치매 발병 위험까지도 높아진다. 처음에는 날카롭고 찌르는 통증 양상을 보이는데, 별거 아닌 것으로 점차 낫겠지 생각하여 초기 적절한 통증 치료를 받지 못하면 점차 신경통 양상으로 불에 타는 듯한, 전기 치는 듯한, 욱신욱신한 양상을 보인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들의 통증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럽다. 특히, 삶의 질이 심각하게 떨어지는데, 예전에는 피부 발진이 생긴 6개월 이후부터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진단했으나 최근에는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진단한다. 또한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악화되면 잘 낫지 않기 때문에 대상포진은 초기부터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해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악화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치료는 통증 조절 목적으로 항우울제나 항경련제가 주로 사용된다. 이런 약물로도 통증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심장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에겐 항우울제는 금기되고, 신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는 항경련제의 사용은 주의가 필요하다. 고령의 환자들은 이미 다른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다약제복용으로 인한 약물 상호작용을 주의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에게 침치료와 한약치료를 적용한다. 침치료는 전침과 봉독 약침을 이용해 약물로 인한 부작용 없이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침 치료는 침에 전기자극을 가해 척수에서 통증이 뇌로 전달되는 경로를 차단하거나 뇌에서 베타엔도르핀이나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해 통증을 억제한다. 봉독약침 치료는 봉독을 약 1:30000으로 희석해 주사하는 치료법으로 국소 조직 염증이나 신경 손상으로 인한 만성통증에 효과적으로 알려져 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오래되면 극심한 통증 뿐 아니라 불안, 불면, 우울과 같은 만성통증의 동반증상이 생기고 피로, 소화장애, 근육통 등도 발생돼 신경통 양상이 더욱 악화되기 때문에도 한의학적 치료를 통해 동반증상을 개선하고 통증을 줄이는데 도움받는 것을 제안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의 효과성은 2020년 SCI급 저널인 ‘J Altern Complement Med’에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포함한 난치성 신경병성통증’으로 충분한 약물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중등도 이상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전침치료를 시행해 통증 점수가 감소한 임상시험이다.
마지막으로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는 통증에 대한 적극적 치료를 하면서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심호흡을 많이 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취하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도 조언드리고 싶다.
이승훈 교수|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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