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재건 회의 오늘 시작..'제2의 마셜플랜' 태동하나

김유진 기자 2022. 7. 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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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침공으로 초토화된 우크라이나의 재건과 복구를 논의하는 국제회의가 4일(현지시간)부터 스위스에서 개최된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서유럽 부흥을 위해 주도한 원조 프로그램에 비견되는 ‘제2의 마셜플랜’의 윤곽이 드러날 지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인프라·안보·디지털 경제 등의 부문에서 5000억유로(약 676조8000억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한 재건 계획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3일(현지시간) 스위스 루가노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를 앞두고 참가국들의 깃발이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위스 루가노에서 4~5일 이틀간 열리는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Ukraine Recovery Conference)에는 세계 40여개국의 정상·고위급 인사들과 14개 국제기구 대표들이 한꺼번에 모인다. 당사국 우크라이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화상으로 참석하고, 데니스 슈미갈 총리가 드미트리 쿨레바 외교장관 등 100명의 대표단을 끌고 직접 참석한다. 한국은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이 참여할 예정이다.

러 침공 이후 회의 명칭 ‘개혁’에서 ‘재건’으로...“5000억달러 이상 필요”

우크라이나 재건과 복구를 논의하는 최초의 고위급 국제 회동인 이번 회의의 원래 명칭은 2017년부터 4차례 개최된 ‘우크라이나 개혁 회의’(Ukraine Reform Conference)다. 그러나 지난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당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우크라이나 재건과 복구 문제를 논의하는 성격으로 개편됐다.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핵심 의제는 우크라이나 재건·개발 계획과 국제 파트너들의 기여 방안, 재건 관련 우선순위와 원칙 및 방법, 전쟁에 따른 사회·경제·환경 및 인프라 피해 복구, 현 상황에서 실행할 수 있고 필요한 우크라이나 개혁 방안 등 네 가지다.

블룸버그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인프라·안보·기후 투자·디지털 경제·에너지원 다각화 관련 요청사항을 담은 약 2000쪽 분량의 재건 계획을 마련해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에 초안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러시아 침공 이후 직·간접적 피해액이 5640억~6000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2일 화상 연설에서 “루가노 회의는 국가 재건을 위한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 힘으로 해방한 지역 사회와 영토에서 평범한 삶을 회복하기 시작했지만 전국에 걸쳐 새로운 안전 기준과 삶의 질을 보장하는 대규모 사업은 국제적 역량을 끌어모을 때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마셜플랜’ 본떠서 우크라이나 재건 국제 의지 모은다...재원 마련 등 과제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는 1948년 미국의 유럽 재건 계획인 마셜플랜을 본보기로 삼고 있다. EU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재건 논의를 본격 시작하는 것은 전후 복구 작업이 지연되면 체제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재건에 관한 국제적 의지를 결집함으로써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블룸버그는 우크라이나를 후보국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EU가 5000억유로 상당의 재건 자금 중 상당 부분을 부담할 것이라고 EU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실제 EU 집행위원회는 구체적인 재원 마련 대책을 논의 중이다. 코로나19 초기 EU가 창설한 경제회복기금과 유사하게 EU가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금융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해 기금을 조달하고, 보조금·대출금 혼합 형태로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영국도 에너지 관련 인프라 복구, 지뢰 제거, 경제 회복 촉진을 위한 지원 패키지를 공개할 방침이다. 특히 리즈 트러스 외교장관은 영국 내 러시아인들의 동결 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자들에게 나눠주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는 EU를 필두로 서방이 올 하반기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재건 노력의 시작점이 될 전망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회의에 직접 참석해 원조 국가·기구들을 위한 EU 지원 플랫폼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EU 순회 의장국을 맡은 체코는 오는 11월 공여국 회의를 개최한다.

다만 국제사회의 우크라이나 재건 노력이 실제 빛을 보려면 재원 조달과 함께 현지 지뢰 제거 등 안전 확보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1450만명이 폭발물에 노출된 지역에 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일 우크라이나 도시와 마을 3600개 이상이 러시아군에 점령당했고, 이 중 2600개 이상은 여전히 러시아군의 통제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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