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반기' 주식시장 결산.. 동·서학 개미 손실 '어마어마' [뉴스+]

조성민 2022. 7. 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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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삼전 -28%·테슬라 -35%..국내외 동반 하락
개인 순매수 상위 10위 국내 종목 주가 평균 -30%
기술주·레버리지 ETF 집중 매수한 서학개미 손실 커
WSJ "깊은 경기침체 오면 투자자들 물벼락 맞을 것"
코스피가 장중 2,300선을 하회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글로벌 금융시장은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국내와 글로벌 증시의 동반 하락에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동학개미’, 미국 등 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 모두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특히 연초까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승승장구하던 미국 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하면서 서학개미의 손실이 크게 불어났다.

◆‘5만전자’ 추락 삼성전자만 15조원 순매수

3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일까지 개인 순매수 금액 기준 상위 10개 국내 종목의 평균 주가 등락률은 -30.50%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개인 순매수 금액으로 상위 10개 해외종목의 평균 등락률은 -44.39%로 더 부진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상반기에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국민주’ 삼성전자다. 연초 이후 지금까지 15조3758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그러나 개미들의 매수 행렬이 무색하게 삼성전자 주가는 작년 말 7만8300원에서 최근 거래일인 지난 1일 5만6200원으로 28.22% 떨어졌다. 따라서 많은 소액 주주가 현재 손실권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순매수 금액을 수량(2억2889만5821주)으로 나눠 추산한 개인 투자자의 올해 삼성전자 평균 매수 단가는 현 주가보다 1만원 이상 높은 6만7174원이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올해 상반기 개미들이 대거 사들인 국내 종목은 대부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개인이 2조원가량 순매수한 네이버는 연초 이후 37.38% 폭락했다. 1조원 이상 매수 우위를 보인 카카오(-40.18%), 삼성전자우(-27.67%), SK하이닉스(-33.21%), 삼성전기(-35.44%)도 낙폭이 컸다.
개인 투자자가 7351억원 순매수한 카카오뱅크는 올해 들어 주가가 5만9000원에서 2만8900원으로 50.93% 급락했다. 상반기에 주가가 반 토막 난 셈이다.

원전 정책 수혜주로 엮여 주가가 들썩인 두산에너빌리티도 작년 말과 비교하면 주가가 4.90% 하락했다. 개인은 연초 이후 이 종목을 762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3배 레버리지’ TQQQ·SOXL·BULZ 70∼80%대 폭락

주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 역시 하락장에 큰 타격을 받았다. 서학개미들은 특히 상반기에 금리 상승으로 낙폭이 컸던 성장주, 또 주요 성장주 관련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을 많이 사들여 손실이 컸다.

상반기에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인 테슬라 주가는 작년말 1056.78달러에서 지난 1일 681.79달러로 35.48% 하락했다. 연초 이후 국내 투자자의 테슬라 순매수 결제액은 22억3223만달러로, 원화로 약 2조9000억원에 이른다. 국내외 종목을 통틀어 개인 순매수액이 삼성전자에 이어 2위 규모다.
서학개미들이 많이 매수한 미국 증시의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에 비하면 이정도는 약과다. 3배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상반기에만 낙폭이 70∼80%대에 달했다.

해외주식 중 순매수 금액 2위인 나스닥 3배 레버리지 ETF(TQQQ)는 작년 말 83.17달러에서 지난 1일 24.39달러로 70.67% 내렸다. 또 서학개미 순매수 3위 종목인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SOXL)와 10위인 기술주 3배 레버리지 ETN(BULZ)이 각각 82.90%, 86.17% 폭락했다. 아울러 엔비디아(-50.62%) 주가가 294.11달러에서 145.23달러로 미끄러지며 반 토막 났다. 애플(-21.76%), 알파벳 A(-24.61%), 마이크로소프트(-22.81%) 등 대형 기술주도 20% 이상 내렸다.

◆WSJ “더 나빠질 수도”…日·유럽 리스크도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여파로 최악의 상반기를 보낸 글로벌 금융시장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올해 들어 6개월간 21% 급락해 1970년 이후 52년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고, 10년물 미 국채 가격도 1980년 이후 최대폭인 10% 이상 떨어졌다고 전했다. 특히 위험 자산으로 꼽히는 기술주와 가상화폐 가격의 낙폭은 사상 최고급으로 컸다.
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향후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거론된다는 점에서 하반기 반등을 낙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JP모건의 전략가 니콜라오스 파니거초글루는 과거 11번의 경기침체 때 S&P 500 지수가 고점 대비 평균 26% 하락했다는 점을 근거로 “경기침체 가능성의 거의 80%가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벌어진 주식 투매 현상의 상당 부분은 경기침체 리스크가 아니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상의 직접적 영향 때문이었다고 WSJ은 반박했다. 아직 경기침체 전망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미다.

경기침체 우려로 연준이 내년에 다시 금리를 낮출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베팅하면서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불과 2주 만에 0.5%포인트 떨어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이후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그동안 경기침체 가능성을 무시하던 월가의 애널리스트들도 이달 들어 기업들의 향후 이익 전망을 낮추기 시작했다.

제임스 매킨토시 WSJ 칼럼니스트는 “지금 시장은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 소나기 정도에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깊은 경기침체가 기업 이익을 다 쓸어갈 경우 투자자들은 물벼락을 맞아 흠뻑 젖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노인이 4일 닛케이225지수를 보여주는 도쿄 증권사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미국 증시는 독립기념일 연휴를 맞아 휴장한 가운데 일본 닛케이 지수는 상승세를, 한국 코스피 지수는 하락세를 보이는 등 아시아 주요 증시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다른 나라에서 불거진 경제 리스크가 미국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WSJ이 제기한 첫 번째 국외 리스크는 일본이 국채 금리 상승을 용인할 수밖에 없게 되는 시나리오다. 헤지펀드들은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국채 금리 통제를 포기할 가능성에 크게 베팅하고 있다. 이들의 예측이 맞는다면 일본 국채 금리가 앞으로 치솟고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글로벌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유럽발 채무 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탈리아 재정 위기를 막기 위한 지원 계획을 약속했으나, 북유럽과 서유럽의 ‘부자 나라’들이 이탈리아에 무리한 조건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이탈리아 채권을 인수하는 정치적 합의를 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매킨토시 칼럼니스트는 “경기침체가 약할 것이고 내년 전까지는 닥치지 않을 것으로 희망한다”면서도 “위험은 크고 시장은 아직도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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