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급이다"..급변한 경제환경, 절박해진 기업들[비즈360]
올해도 벌써 반년이 지났다. 물리적 진도상으로는 절반이지만 기업의 시계는 좀 다르다. 연말이 아니라 상반기만 지나도 서서히 올해 성과를 점검하고, 벌써 내년 준비에 들어가기도 한다. 인사도 상황에 따라 수시로 진행된다. 국내외 경제·금융·정치 상황의 변화에 탄력적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전세계적인 금리와 물가 상승, 장기화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차질 등 복합위기에 봉착했다. 한마디로 ‘글로벌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다. 감이 빠른 삼성, SK, 현대차, LG 등 대기업들은 지난달 사장단 및 임원 회의를 잇따라 열고 경영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얼마 전 만난 한 기업임원은 “한달만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사내 회의에서 2008년 금융위기가 다시 올 수 있으니 하반기와 내년을 단단히 대비하라는 주문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경기에 민감한 건설업계는 무리한 수주는 가급적 자제하는 분위기다.
급변하는 경제환경속에 기업들의 머리가 더욱 무거워지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 기업 체감경기전망도 떨어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조사한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92.6)는 1년 6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기업 10곳 중 3곳이 하반기 투자를 축소하겠다고 했다. 암울한 그림자는 이미 상반기 무역적자가 역대 상반기 기준 최대인 103억달러를 기록하면서 나타났다. 하반기 수출 증가세도 전년동기대비 0.5%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의 눈은 늘 현재보다 미래에 있다.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있어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신사업을 계속 만들어내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개월만의 해외 출장 직후 ‘기술’을 세번이나 언급하며 강조한 이유도 이때문이다. 시장의 변화와 불확실성 속에서는 확실한 우위의 기술력만이 생존과 성장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곧이어 삼성전자는 세계최초로 3나노 반도체 양산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삼성전자도 늘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기술적 우위의 유지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안타깝게도 이런 분위기를 정치인은 이해를 못하는 듯하다. 대표적인 게 얼마전 정치권에서 정유사를 상대로 나온 ‘횡재세’ 언급이다. 한마디로 유가상승으로 정유사들이 초과수익을 냈으니 이를 세금으로 더 내놓으라는 것이다. 기업 시각에서는 보면 황당한 일이다. 업종별로 늘 사이클이 있다. 호황기에 벌어들인 자금으로 불황기를 대비한 자금 확보와 신사업 투자를 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기업이 힘들 때 손실보전을 해주자는 언급은 없었다. 기업에 대한 이해 수준과 시각이 이 정도라는 것에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고 이건희 회장이 지난 1995년 언급한 “우리나라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한 말이 여전하다.
새 정부가 민간주도성장 슬로건으로 기업환경개선을 위한 여러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뒷받침할 입법 과정이 곧바로 이어져야 하지만 여야는 원구성 협상에 허송세월을 보내다 여론에 못이겨 이제서야 합의하고, 늑장 개원을 할 분위기다. 자고나면 터지는 경제악재들 속에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기업 입장에선 여야 내부의 권력 갈등이나 여야간 정쟁은 한가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 노조는 4년만에 파업을 할 분위기고, 지난 2일 대대적인 집회를 한 민노총도 하투(夏鬪)를 벼르고 있다.
기업이 처한 절박함을 정부와 정치권, 노동계가 공감하고 도와줘야 한다. 결국 기업 투자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핵심이다. 복합경제 위기와 치열한 글로벌 경쟁속에 잠시라도 멈칫하는 순간 도태된다. 그것이 정글같은 비즈니스 세계의 냉혹한 현실이다.
헤럴드경제 권남근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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