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폐쇄 직전에야.. "한국GM, 전기차 일감 확보 노력" 정치권 뒷북
한국GM 부평 2공장이 본사로부터 추가 일감을 배정받지 못하면서 올해 연말 폐쇄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한국GM 노사는 이미 부평 2공장에서 일하는 인력에 대한 전환배치에 합의한 상태다. 그런데 부평 2공장 폐쇄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뒤늦게 공장 폐쇄를 막기 위해 전기차 일감을 확보해야 한다고 나서면서 뒷북을 치는 모양새다.
한국GM은 지난 5월부터 부평 2공장의 근무 체계를 기존 주간과 야간 2교대 근무에서 주간 교대로 전환했다. 이에 따른 1200명의 유휴 인력은 부평 1공장과 창원 공장 등 일감이 있는 곳으로 전환배치했다. 한국GM은 당초 2공장의 생산을 8월 이후 종료할 계획이었지만, 노조가 반발하자 근무 체계를 조정하고 11월까지 생산을 연장하기로 했다.
몇개월의 시간을 더 벌긴 했지만, 2공장은 결국 폐쇄 수순을 밟게 됐다. 2공장이 계속 운영되려면 추가 일감을 배정 받고 자금을 투입해 설비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일감이 배정되고 실제로 생산이 이뤄지기까지 3년 정도가 걸리는데, 한국GM은 그동안 본사가 추가 일감을 배정할 계획이 없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생산 예정 물량이 없는 상태에서 2공장이 유지될 가능성은 없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2공장 폐쇄를 막겠다며 긴급 간담회를 여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GM 공장이 있는 인천 부평을 지역구로 둔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30일, 한국GM과 산업은행,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기관과 긴급 면담을 갖고 “한국GM이 전기차 생산과 신차 개발 등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의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지역구 의원이 나서자 이날 면담에 참여한 산은 관계자는 “노동계와 정치권의 우려사항을 충분히 전달받았다”며 “한국GM의 주주로서 한국GM이 전기차 생산 기지의 일익을 담당할 수 있도록 회사와 협의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했고, 남경모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과장은 “한국GM의 전기차 생산을 위해 외국인 투자 인센티브 확대 등 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회사 안팎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 수년간 2공장 폐쇄 논의가 이뤄졌는데 공장 가동을 유지하겠다면서 전기차 물량을 요구하는 등 비현실적인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GM은 2공장 폐쇄 작업을 ‘부평공장 단일화’ 혹은 ‘부평공장 효율화’로 표현하는데, 이런 논의는 10년 전부터 있었다.
처음 부평공장 단일화 논의가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은 지난 2013년이다. 당시 한국GM 대표였던 세르지오 호샤 사장은 노사 간담회를 통해 “부평공장은 1공장과 2공장을 합쳐 하나의 거대한 공장으로 통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형차를 생산하는 1공장과 중형차를 생산하는 2공장을 단일화하고, 한 공장에서 소형차와 중형차를 동시에 생산해 수요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GM이 이런 방식의 생산 효율화를 추진한 이유는 한국 생산 기지의 생산비용이 너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언급이 있고 난 이후 한국GM은 부평 1·2공장 통합 작업을 꾸준히 추진했다. 지난 2018년 한국GM이 기습적으로 군산공장을 폐쇄한 이후 우리 정부와 GM, 산업은행이 경영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통해 1공장에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신차(현재 생산되고 있는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도록 GM이 5000만달러를 투입하기도 했다. 2공장으로는 당시 판매량이 적었던 ‘트랙스’·'앙코르’ 등의 생산 물량을 넘겼다.
업계 관계자는 “부평 2공장을 폐쇄하고 1공장의 생산 유연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지난 10년 동안 계속 추진돼 온 계획”이라며 “지금에서야 2공장 폐쇄를 막기 위해 전기차 일감을 받아와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은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GM은 “부평공장 단일화는 공장의 효율성 향상이 목적이기 때문에 인력 감축과 같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라며 “이번 부평공장 단일화(2공장 폐쇄)로 나머지 공장의 생산량이 증가하고 협력 업체의 경영 개선 등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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