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탈중국' 위해서라도, 대통령실에 중국 전문가 늘려야 한다

김문관 기자 2022. 7. 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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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관 조선비즈 정치팀장

“디지털(분야)을 중국이 열면 된다. (중국 정부는) 국민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검색해 보는 것을 싫어한다. 중국이 계속 그렇게 갈 것인지는 중국의 선택이다. 우리가 중국을 배제하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중국의 선택이다.” (왕윤종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 5월 19일 한국의 IPEF 가입 백브리핑)

“지난 20년간 누려 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6월 29일 나토 정상회의 관련 브리핑)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어느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든 국제 관계에서든 우리가 보편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가치와, 국내 사회 규범이든 국제 관계에서의 규범이든 다 함께 지켜야 한다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7월 1일 기내간담회)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5년여 만에 한미일 정상회담을 재개하고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강조하는 등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

또 유럽 국가들과 첨단산업 공급망 구축, 네덜란드와 반도체 협력 방안 논의, 폴란드와 방위산업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모색하는 등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원전도 빼놓을 수 없다. 추후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경제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질서는 ‘신(新)냉전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양분되고 있다. 미국과 G7(주요 7개국) 등 서방세계는 ‘자유 민주주의’라는 깃발 아래 뭉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또 다른 세력군이 규합하고 있다. 이들은 ‘전제주의’나 ‘패권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상대방을 비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한국이 중국, 러시아와 같은 대열에 서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유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한국의 선택점이 어디일 지는 애초부터 자명했다. 윤 대통령은 복합적인 안보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 보편적 규범과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남아있는 과제는 다른 대열에서 우리와 마주하게 될 중국과의 마찰을 얼마나 최소화할지 일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항상 ‘특정 국가를 배제할 의사가 없다’고 하지만, 중국이 액면 그대로 그 말을 받아들일 리 없다. 벌써부터 반발이 거세다. ‘안미경중(安美經中)’에서 벗어나 ‘안미경세(安美經世)’로 방향을 정한 것은 적절하지만, 보다 세련된 외교적 언사도 필요하다.

이럴 때일수록 중국을 실리적으로 잘 아는 전문가의 존재가 절실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실에는 중국 잘 아는 인사가 거의 없다. 중국 경제 전문가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국제거시금융 분야를 담당한 후 SK그룹에서 중국 사업 현지 책임자로 일했던 왕 비서관 정도가 있다. 전 베이징총영사 출신 유창호 미래전략실 선임행정관은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경제 쪽은 잘 모르는 분야”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유일한 중국 경제·안보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왕 비서관은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 안보 전반을 관장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는 당장 오는 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후속 협상을 위해 곧 출국한다. 중국의 반발을 관리하는 일을 세세히 신경 쓸 처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중국의 무자비한 인권탄압과 디지털 쇄국정책은 자유 민주주의를 중요시하는 국제 규범에 이탈해 있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 중국은 ‘문제 덩어리’ 취급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중국몽(中國夢)이 비판을 받은 것도 중국의 실상에 눈을 감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이 강조하는 대로 유럽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전략도 좋고, 이런 전략이 방산과 반도체, 원전 수출 등을 통해 실제 국익으로 연결되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예견된 중국과의 마찰을 ‘우리는 반중이 아니다’라는 말로 모른 척하는 자세는 현명하지 않다. 중국은 이미 양분된 국제질서를 틈타 세계 곳곳에서 우리의 미래 먹을거리를 빼앗는 싸움을 걸고 있다.

중국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국내 피해가 불과 몇 해 전이다. 최근에는 요소수 대란도 일었다. 중국 사업을 하는 소비재 분야 기업 주가가 벌써 오르락내리락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마찰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통령실에 중국 전문가를 충원해야 한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고 하지 않나. 중국 현지에서 기업 활동을 경험한 경제 전문가를 영입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민간 기업 경력자를 청와대 행정관으로 공개 채용한 것을 벤치마크할 필요도 있다.

[김문관 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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