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가 무슨죄? 시장원리 모르나"..베이조스, 또 바이든 저격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또 다시 반기를 들었다. 지난 5월 인플레이션(물가상승)·법인세 관련 정책을 놓고 양쪽이 설전을 벌였는데 이번엔 백악관이 정유사를 압박하는 문제로 맞붙었다. 베이조스가 바이든 발언을 저격하자 백악관 인사들까지 가세해 반박에 나섰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위터에 바이든 대통령의 트윗을 소개하며 "백악관이 이런 식으로 발언을 지속하기에 인플레이션 문제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백악관의 결정은) 잘못된 방향이거나 기본적인 시장 역학에 대한 깊은 오해"라고 지적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에 "휘발유 가격을 책정하는 기업(정유사)들에 대한 나의 메시지는 간단하다"며 "지금은 전시 상황임과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위험이 도래한 시기인 만큼 지금 당장 청구가격(휘발윳값)을 낮추라"고 압박했다. 지난달 10일 "엑손모빌은 지난해 하느님보다도 돈을 더 벌어들였다"고 지적한 데 이어 구체적으로 가격 인하를 언급한 것이다. 이번 발언은 유가급등에 힘입어 미 최대 정유사인 엑손모빌의 올 2분기 잠정이익이 180억달러(23조3500억원)에 달한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 직후 나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미국 국민들은 갤런당(3.78리터) 5달러(6500원)씩 내며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데 모두가 협력하면 최소 1달러를 낮출 수 있다"며 "대통령은 최근 전략비축유를 방출하는 등 휘발윳값을 낮추려고 매우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만큼 정유사들도 가격 인하 노력에 적극 나서라는 취지다.
그러나 베이조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유업계 압박은 휘발유 가격을 결정하는 시장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가격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휘발윳값 상승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엉뚱한 곳에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베이조스의 비판에 즉각 반박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유가가 하락해도 주유소 소비자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기본적인 시장 작동이 아니다"라며 "정유사들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미국인들을 희생시키며 기록적인 이윤을 거두는 것이 경제 운용방식이냐"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법인세율은 21%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내놨던 법인세율을 28%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상태다. 또 미국 민주당은 인플레이션의 핵심인 기름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유회사가 10% 이상 수익을 낼 경우 법인세를 2배로 올리는 징벌적 과세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정유사들은 기존 법인세 21%의 2배인 42%를 연방세로 내야 한다. 고유가로 번 돈을 쌓아두지 말고 재투자해 석유를 더 많이 공급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이 같은 법안은 위헌적 요소가 많아 실제 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베이조스는 각종 대책에도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의 책임을 정유사의 욕심으로 몰아붙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기업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마존 노조 지도부를 만난 이후부터 베이조스의 정부 비판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FT 역시 정치적 논쟁에 개입한 적 없던 베이조스가 바이든의 아마존 노조 운동 지지 이후 달라졌다고 짚었다. 베이조스는 "백악관이 노조 문제로 논점을 흐리려 한다"고 맞불을 놨었다.
워싱턴 정가에선 백악관과 베이조스 간 갈등이 11월 중간선거를 앞 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나쁘지 않은 재료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40여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민주당의 패색이 짙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억만장자와의 대결은 바이든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경제매체 인사이더는 "바이든 대통령이 베이조스라는 완벽한 적이자 정치적 악당을 만났다"며 돈 많은 억만장자를 싫어하는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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