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교육부' 논란끝 지각 출발..개혁 과제들 만만찮네
기사내용 요약
수도권大 반도체 학과 확충에 지방대학 반발
등록금 인상 규제 완화도 고물가 속 부담 커
교육교부금 개편에는 교육감들 강하게 반발
대입제도·자사고 존치·기초학력 어려운 과제
지방대 총장·교육단체들 집단행동·반발 조짐
[세종=뉴시스]김정현 김경록 기자 = 윤석열 정부가 출범 56일만인 4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을 재가한 가운데, 박 부총리 취임후 교육계 갈등이 첨예한 '교육개혁'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주문한 반도체 분야 인재양성은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완화가 검토되면서 지방대학 총장들이 집단 행동을 예고했다. 대학 등록금 규제 완화, 대학 지원을 위한 교육재정 개편 역시 만만찮은 문제다.
교육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5월26일 박 부총리를 후보자로 지명하고 같은 달 30일 국회에 임명 동의안을 제출했다.
이후 21대 국회 후반기 원(院) 구성 협상이 지연되면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 시한을 넘겼다. 윤 대통령은 6월23일 한 차례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뒤 같은 달 29일 시한이 끝나며 이날 임명을 재가했다.
윤 대통령은 당초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을 역임했던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으나, 그는 풀브라이트 장학금 가족 특혜 의혹 등 각종 의혹에 휘말려 지명 21일만인 지난 5월3일 후보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교육부가 이처럼 수장 공백 상태에 놓여 있었지만 윤 대통령은 취임 후인 5월16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교육개혁을 연금, 노동과 더불어 3대 개혁과제로 내세우고 "기술 진보 수준에 맞는 교육을 공정하게 제공하려면 교육개혁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발언했다.
이어 지난달 7일 국무회의에서는 교육부에 '경제 부처적 사고'를 강조하면서 "교육부의 과제는 산업 발전을 위한 인재 양성", "성장의 발목을 잡지 않으려면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장관 직무대행인 장상윤 차관에게 주문하고 나섰다.
이에 장 차관이 이튿날 수도권 대학에서 반도체 학과를 확충하기 위해 수도권 대학 정원을 늘릴 수 있다는 등 '파격적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교육계에 큰 파장이 일었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음하는 비수도권 대학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은 거세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3일 대구에서 열린 대교협 하계대학총장세미나에 참석했던 총장들을 대상으로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진행한 설문 결과, 비수도권 대학 총장 92.9%가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에 반대한다고 답변했다.
대학 127개교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비수도권 7개 권역 지역대학총장협의회 연합'에서는 오는 6일 교육부에서 수도권 대학 학부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여는 등 집단 행동도 예고된 상황이다.
지방대학을 달래기 위해서는 대학을 위한 안정적인 재정지원 제도 등 특단의 보완책 역시 마련돼야 하는 상황이지만, 교육부가 수장 공백 상태에 놓여있던 만큼 재정 당국 등 관계 부처 협의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 교육부 내부 분위기였다.
대표적인 정책 수단이 '사회관계장관회의'인데, 교육부에 따르면 이 회의는 오직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주재할 수 있어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태 단 한 차례의 회의도 열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윤 정부가 지난달 16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추진 의지를 분명히 밝힌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 역시 교육자치를 이끌어 가는 시도교육감들과 교원단체의 강한 반발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내국세 세수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조성되는 교육교부금은 올해 세수추계가 반영된 추가경정예산 등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81조2975억원으로 불어났다.
재정당국에서는 과거부터 학생 수가 줄고 있는데다 남는 불용 예산이 많고, 선심성 사업에 세금을 함부로 활용한다는 등 이유로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 필요성을 수차례 제기해 왔다. 그러던 중 이번 경제정책방향에서 고등교육 예산 확충과 연계해 교육교부금 제도를 손질하겠다는 방향성이 나오자 우려가 불거졌다.
유·초·중등 교육을 대표하는 교육감들과 교원단체들은 고교학점제 등 새 교육과정과 유보통합, 40년 넘은 노후 학교건물 개·보수,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을 고려하면 교육재정이 더 필요하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당장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에 진보 성향으로 평가받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선출돼 취임할 예정이라 박 부총리는 교육감들과 교육재정을 놓고 지난한 협의와 협상의 과정을 이어가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박 부총리 취임 전 교육부가 추진을 시시한 대학 등록금 인상 규제 완화 역시 쉽지 않은 과제다.
장 차관은 지난달 23일 등록금을 올린 대학이 지원받을 수 없도록 설계된 '국가장학금 Ⅱ유형' 규제를 해소하는 데 "정부 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1~2년 끌 생각은 아니고 조만간 결론 내리겠다"고 발언했다.
교육부는 이튿날 '개선 방향 및 시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전문가 및 학생·학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는 설명자료를 내면서 수위 조절에 나섰지만 대학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재정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대학생, 청년, 가정에만 재정의 책임을 떠넘긴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장 차관과 긴급 면담을 요청하는 한편 총학생회, 대학 교직원, 시민사회 단체와 공동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설령 등록금 인상을 허용하더라도 학생 등 가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국가장학금 예산 증액 등 보완책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이 경우 박 부총리가 재정 당국의 협조를 얻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사교육비, 코로나19 유행 장기화에 따른 학력격차와 기초학력 저하 문제의 경우 교육부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자율 평가'를 도입해 대상을 확대할 뜻을 내비쳤지만 이 역시 만만찮은 쟁점으로 꼽힌다.
보수 성향 교육감들 사이에서는 교육부가 제시한 방식 대신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를 진단하기 위한 별도의 전수 평가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진보 성향 교육감들과 교육계에서는 일제고사 부활이 우려된다며 이에 맞서고 있다. 박 후보자가 어떤 방향성을 선택하든 후폭풍이 상당할 수 있는 이유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교육과정과 대입제도 개편 역시 학부모 관심이 큰 쟁점 사안이다. 이를 논의하게 될 국가교육위원회는 오는 21일 출범 예정인데 아직 당연직인 교육부 차관과 교육감협의회장 외에 추천 위원 구성은 첫 발도 떼지 못한 상황이다.
또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의 일반고 전환 문제 역시 박 후보자가 판단을 내놓아야 할 큰 숙제로 거론된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는 오는 2025년 이들 고교를 일반학교로 전환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통과시켜 놓았다. 박 후보자가 이를 재개정해 자사고 등을 존치할지는 큰 관심사다.
당장 교육계에서는 박 부총리 임명을 기점으로 현 정부의 교육개혁에 맞물린 교육재정, 등록금,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완화 등 쟁점 정책에 대해 협조하겠다는 분위기보다는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일규 전국대학교수노조 위원장은 "전혀 교육전문가가 아닌, 교육 분야 행정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을 교육부 장관에 임명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에 대해 무지, 무관심하다는 것"이라며 "이번 임명에 대해 가만히 있지만은 않겠다"면서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 "박 부총리 임명은 교육계에 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여론과, 백년대계 교육을 책임질 교육 수장을 기대하는 교육계의 바람을 짓밟는 일"이라며 "자질 논란으로 이미 지도력을 잃은 교육 수장 임명 강행은 우리 교육의 방향성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knockro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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