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스트레스 테스트 돌입.. 은행권, 자발적 배당 축소 나서나

김유진 기자 2022. 7. 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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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및 은행, 리스크 시나리오별 영향 분석
은행권, 자기자본 확대 위해 채권 발행·증자·배당 축소 등 고심할 듯
금융감독원 전경./금감원 제공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에 나섰다. 물가·금리 인상 등 대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손실에 대응할 수 자본력을 갖췄는지 국내 은행의 기초체력을 파악하기 위한 조치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말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등 은행 19곳에 스트레스 테스트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2~3주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에 (스트레스 테스트) 자료를 요청하는 자료를 보냈다”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지킬 수 있는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 빨리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유가, 환율, 금리 등 거시경제 지표의 변화를 가정한 시나리오를 주면, 은행은 신용자산, 자본비율, 대손충당금, 이자손익, 당기순이익 등에 미치는 영향을 자체적으로 분석해서 제출하게 된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은행에 정해준 시나리오를 주고 이를 기초로 해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는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테스트 결과 위험성이 감지되면 대손충당금 규모를 재설정하는 등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이미 은행권에 부채 부실화에 대한 안전판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충당금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미증유의 퍼펙트스톰(총체적 복합위기)이 점점 다가오는 모습이고 어쩌면 이미 시작됐을지도 모른다”면서 “금리 상승과 자산 가격 조정 등에 따른 건전성 악화에도 대비해 금융사에 충분한 충당금을 쌓도록 하는 등 충격 흡수능력을 제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은행권의 자체적인 배당 정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금감원은 지난해 배당 자제를 권고한 행정지도가 종료된 만큼 스트레스 테스트가 금융지주 및 은행의 배당 정책 결정과 연결되는 부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행정지도가 끝난 만큼 배당 축소를 강제하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지난 5월 “금리·배당 등 가격 변수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금융산업의 디지털 혁신과 발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배당에 자율성을 보장했지만, 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이 강력하게 요구되고 있어 은행권 스스로 배당을 자제할 가능성이 있다. 은행이 대출 부실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당국의 요청에 따라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하기 위해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자기자본을 확대해야 하는데, 은행은 통상 후순위채 발행, 증자 등의 방식을 택한다. 그러나 최근 채권과 증권 시장 모두 상황이 좋지 않아 이익잉여금 중에서 배당으로 가는 부분을 줄이는 방법을 내놓을 수 있다.

은행이 고금리 상황에서 예대금리차에 따른 이윤을 확보한 만큼 배당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금융 전문가는 “은행에 있어 고금리는 예대마진이 늘어나 이자 수익이 많이 늘어나는 반면, 부실이 늘어 돈을 못 갚는 차주들이 늘어난다는 양면이 있다”며 “최근 은행이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은행별 상황은 나쁘지 않아 배당을 줄이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8조9798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최대 실적으로 기록된 8조910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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