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요리용 칼 들고 가던 이주노동자 과잉 진압..외국인 차별"

김용희 2022. 7. 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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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길에서 요리용 칼을 들고 있던 외국인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과잉진압 논란이 불거졌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인권네트워크)는 4일 광주 동구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요리용 칼을 들고 있던 외국인 노동자가 영문도 모른 채 경찰에게 과도한 진압을 당했다. 이는 모든 외국인이 우범자라는 차별적 인식이 경찰에 존재하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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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 "저항의사 없는데 테이저건 발사"
광주 광산경찰서 "칼 떨어뜨린 것 못 봐"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가 4일 광주광역시 동구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이주노동자 과잉 진압 논란을 빚은 경찰을 비판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경찰이 길에서 요리용 칼을 들고 있던 외국인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과잉진압 논란이 불거졌다. 이주노동자 인권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에 해당 경찰의 징계를 요구하는 진정을 제기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인권네트워크)는 4일 광주 동구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요리용 칼을 들고 있던 외국인 노동자가 영문도 모른 채 경찰에게 과도한 진압을 당했다. 이는 모든 외국인이 우범자라는 차별적 인식이 경찰에 존재하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기자회견 뒤 해당 경찰들의 징계와 직무교육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오후 2시10분 광주 광산구 월곡동의 한 어린이집 인근에서 “외국인 남성이 칼을 들고 주변을 서성인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이 외국인 남성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과잉진압 논란을 불렀다.

인권네트워크가 공개한 40초 분량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보면, 오른손에 요리용 칼을 든 채 왼손으로 전화하며 걷고 있는 베트남 국적 외국인 노동자 ㄱ(23)씨에게 경찰관 ㄴ씨가 다가가 경찰봉으로 ㄱ씨의 오른손을 내리쳐 칼을 떨어뜨렸다. 이후 이 경찰관은 ㄱ씨에게 경찰봉과 발로 때렸고 ㄱ씨는 주저앉았다. 이때 경찰관 ㄷ씨가 ㄱ씨의 등 뒤에서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을 쐈고, ㄱ씨는 괴로워하며 도로에 누웠다. 이어 경찰관 ㄴ씨는 ㄱ씨의 가슴과 등을 발로 밟아 제압했다.

ㄱ씨는 경범죄 처벌법상 불안감 조성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후 체류 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광주 출입국 외국인사무소로 인계돼 6일 출국을 앞둔 것으로 전해졌다. ㄱ씨는 경찰에서 “여자친구 등과 오리고기를 요리해 먹으려고 주변에 사는 지인에게 칼을 빌려 집에 가져다 놓고 내 집에서 사용하던 요리용 칼을 지인에게 가져다 주던 길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네트워크는 경찰이 ㄱ씨의 칼을 땅에 떨어뜨리는 과정은 합리적이라고 인정했으나 나머지 행위에 대해서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저항하지 않는 ㄱ씨에게 테이저건과 경찰봉을 사용한 행위는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전자충격기나 경찰봉을 사용하려면 상대방의 폭력적 공격이 있어야 하는데 ㄱ씨는 저항할 의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경찰이 ㄱ씨에게 베트남 언어로 흉기를 버리라고 지시하는 등의 의사소통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권네트워크의 법률 지원을 맡은 김춘호 변호사는 “아무런 저항이 없고 도망칠 생각도 없는 ㄱ씨를 경찰봉으로 때리고 테이저건으로 쏜 행위는 과도한 물리력 행사다. 경찰은 피해자의 존엄과 가치, 신체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광산경찰은 해명 자료를 내어 “급박한 상황에서 용의자가 칼을 떨어뜨린 것을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테이저건을 발사했다”며 “테이저건을 맞아도 쓰러졌던 용의자가 다시 일어나 경찰관을 공격하는 경우가 있어 확실한 제압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또 “검거 장소 바로 옆에 어린이집이 있어 많은 어린이가 흉기 소지 용의자를 지켜보며 불안해하고 있었다”며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신속하게 대응했다. 월곡동 외국인 밀집지역은 사소한 시비에도 흉기 사용 사건이 있어 흉기 소지자에 대해서는 초기에 엄정 대응하는 것을 기조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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