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직원 두단계 강등한 롯데쇼핑..대법 "부당한 차별"

발탁 매니저 근무중 반년여 육아휴직한 남직원
롯데쇼핑, 두 단계 아래 '담당'으로 배치
중앙노동위 "부당전직" 판단에 롯데 법정 다툼

육아휴직 뒤 복귀한 직원을 기존 보직보다 낮은 직급으로 인사 발령하면 부당전직이라 차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육아휴직 뒤 복귀한 직원을 기존 보직보다 낮은 직급으로 인사 발령하면 부당전직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남녀고용평등법이 금지하고 있는 부당전직 여부를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을 밝힌 첫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롯데쇼핑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전직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롯데마트 한 지점의 ‘발탁 매니저’로 일해온 남성 ㄱ(47)씨는 2015년 6월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간 뒤 이듬해 1월 복직 신청을 했다. 회사 쪽은 대체근무자가 생겼다며 ㄱ씨를 매니저보다 아래 직급인 식품파트 영업담당으로 배치했다. 당초 ㄱ씨가 맡았던 발탁 매니저는 과장급 직급인 매니저 자리에, 대리급을 보내는 일종의 임시직이다. 롯데마트는 ‘점장-매니저-파트장-담당-사원(비정규직)’ 순으로 직급이 구성됐는데, 육아휴직 이후 두단계 강등한 셈이다.

ㄱ씨는 2016년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회사가 부당전직과 부당노동행위을 했다며 구제신청을 했다.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노동자를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규정한 남녀고용평등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전직을 인정했다. 이에 반발한 롯데쇼핑은 결국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롯데쇼핑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발탁 매니저와 담당의 임금 차이가 적어 육아휴직 전과 다른 수준의 임금을 지급받는 것으로 평가할 순 없다고 봤다. 또 발탁 매니저는 회사의 인력 수급상 필요에 따라 대리급 직원들에게 과장급 직무를 맡기는 임시직에 불과해, 대리급 업무인 ‘담당’으로 발령낸 것이 부당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남녀고용평등법이 규정하고 있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휴직 전후의 업무가 직위 성격과 내용 면에서 사회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한다고 기준을 들었다. 이 사건의 경우, 발탁 매니저와 담당의 업무에 상당한 차이가 있고, 롯데쇼핑 전체 매니저 가운데 45%가 ‘발탁 매니저’여서 임시직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다른 발탁 매니저들은 육아휴직 복귀 시 대부분 다시 발탁 매니저로 일했다는 점에서 부당한 전직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법원은 “인사발령이 ㄱ씨에게 실질적으로 불리한 직무를 부여한 것인지 원심이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돌려보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복직 전후 업무의 성격, 임금 수준, 권한과 책임에 있어서 불이익의 정도 등 부당 전직을 판단하는 종합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형식적 직급(대리급)이 같더라도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 임금 수준을 하향시키는 전직은 차별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