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정신' 무장한 우크라의 고려인 주지사, 항전의 상징 되다

김희원 2022. 7. 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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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자연스러운 미소는 '러시아 미사일이 우리를 해칠 수는 있겠지만, 우크라이나의 정신을 꺾을 수는 없다'는 조용한 자신감을 풍긴다."

NYT는 "김 주지사의 결정과 그가 전달한 자신감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몰아내며 흑해 연안 전체를 점령하려는 러시아의 열망을 좌절시키는 데 일조했다"며 "미콜라이우는 하르키우처럼 우크라이나 항전의 상징이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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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4세' 출신 비탈리 김 주지사
전략적 요충지서 러시아군과 맞서
주민들 단결을 위해 SNS 적극 활용
NYT "러 열망 좌절시키는 데 일조"
지난 3월 16일 군용 자켓을 입고 외신과 인터뷰 중인 비탈리 김 미콜라이우 주지사. AFP통신
“그의 자연스러운 미소는 ‘러시아 미사일이 우리를 해칠 수는 있겠지만, 우크라이나의 정신을 꺾을 수는 없다’는 조용한 자신감을 풍긴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격전지 미콜라이우주에서 러시아군과 맞서고 있는 비탈리 김(41) 주지사에 대해 “우크라이나 항전의 상징으로 떠올랐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김 주지사는 고려인 4세 출신이다. 그가 있는 미콜라이우는 엣 소련 조선 산업의 중심지였던 곳으로 헤르손과 오데사 사이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허브인 오데사로 진출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땅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러시아군은 헤르손을 점령한 뒤 바로 미콜라이우로 진군했지만 예상을 넘는 저항에 번번이 막혔다.

김 주지사는 러시아군에 대항해 주민들을 단결하기 위해 소셜미디어(SNS)를 적극 활용했다. 전쟁 초기 그는 SNS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왔습니다”라는 인사말로 시작하는 영상 메시지로 전황을 전달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처럼 군복이나 국방색 스웨터 차림으로 영상에 등장했다. 그는 불안에 떠는 미콜라이우 주민들을 다독이며 조국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주민들은 그를 통해서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김 주지사는 “적이 그렇게 무섭지 않다는 걸 전하고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김 주지사는 순식간에 50만명에 달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끌어모았다. 그는 “전쟁 초기에는 모두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며 “하지만 침착함을 유지하면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11일 군 관계자들과 함께 인터뷰 중인 비탈리 김 미콜라이우 주지사. 우크라이나 위클리 캡처
NYT는 태권도 정신으로 무장한 고려인 후손 김 주지사가 미콜라이우를 재집결시켰다고 평가했다. 김 주지사는 전황이 극도로 불리했던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아버지를 꼽았다.

그의 아버지는 옛 소련 청소년 올림픽 농구 선수 출신으로 태권도 사범 자격증이 있는 태권도 고수였다. 김 주지사는 아버지에 대해 “민주적으로 엄격했으며 태권도 수련을 통해 강인한 정신을 기르도록 가르쳤다”고 소개했다.

김 주지사는 러시아군을 조롱하는 촌철살인의 유머로 특히 잘 알려져 있다. “국장(나라를 상징하는 공식 표장)에 닭이 있는 국가가 삼지창이 있는 국가를 이길 수 없다”고 언급한 것은 유명하다. 러시아의 국장에 쌍두독수리가, 우크라이나 국장에 방패와 삼지창이 있다는 걸 활용한 표현이다. 이에 대해 김 주지사는 “재미가 아니라 우리 군대가 강하게 느끼도록 의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김 주지사의 결정과 그가 전달한 자신감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몰아내며 흑해 연안 전체를 점령하려는 러시아의 열망을 좌절시키는 데 일조했다”며 “미콜라이우는 하르키우처럼 우크라이나 항전의 상징이 됐다”고 전했다.

김 주지사는 “폭격이 계속되고 있지만, 러시아가 이 도시를 점령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면서 “우리가 승리할 때까지 전쟁은 계속될 것이며, 우리가 승리한다면 푸틴 체제는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승리의 정의가 무엇인지 묻는 말에는 “러시아를 2월 23일의 국경으로 되돌려놓고 우리의 모든 영토와 국민을 되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침공일인 2월 24일 이전의 우크라이나 영토를 회복할 때, 비로소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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