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총장 공백'에 특수통 장악..檢, 文정권 겨눈다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속전속결로 치러진 4차례 검찰인사로 이른바 '윤석열 사단' '특수통' 중심의 검찰 진용이 완성됐다. 지난주 역대 최대 규모 물갈이 인사를 거친 중간간부들은 4일부터 새 근무지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이날부터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부활시킨 검찰 사무기구 관련 개정안도 시행돼, 사정정국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검수완박'법 시행 이전까지 두달간 이전 정부 관련 사건에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8~29일 인사로 신규 보임.전보된 차장·부장검사들은 4일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검찰총장 공백 상태에서 수사 지휘부와 중간간부까지 서둘러 인사를 마친 만큼 검찰은 문재인 정권 관련 수사에 본격 속도를 낼 전망이다. 오는 9월10일부터 '검수완박'법이 시행되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가 부패·경제 2대 범죄로 축소되는 만큼 수사 가능 기간이 한정돼 있다. 앞서 한동훈 장관은 '총장 부재 상태에서의 인사 논란' 관련 질의에 "검찰에 산적한 업무가 많고 빨리 체제를 갖춰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른바 '윤 사단' 검사들이 주요 사건 수사팀을 이끌게 됐다.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공공수사부와 반부패수사부에 전 정권 관련 주요 사건들이 계류 중이다. 공공수사1부는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 공공수사2부는 '여성가족부의 대선 공약 개발 의혹'을 수사 중이다. 반부패수사1·2·3부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문재인 청와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 수사를 맡고 있다.
최근 중간간부 인사에서 공공수사1부장에 이희동 법무연수원 교수가, 공공수사2부장엔 이상현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이 임명됐다. 반부패수사 1·2·3부장에는 각각 엄희준 서울남부지검 주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 김영철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장검사, 강백신 서울동부지검 공판부장검사가 임명됐다. 송형호 서울중앙지검장의 지휘부터 시작해 수사부서 팀장 자리까지 모두 '윤 사단'이 포진되면서 특수통 지휘라인이 완성됐다는 평가다.
가장 먼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수사가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수사팀은 현재 유족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해경 초동 수사 자료, 선원 진술조서, 국방부 회신 자료 등을 분석 중이다. 검찰은 자료 검토 후 이씨의 형 이래진씨와 부인 권영미씨를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앞선 유족 조사에서 검찰은 이씨가 북한군에 잡힌 사실을 확인한 시각부터 피살되기까지 6시간 동안 정부의 행적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당시 정부 행적을 파악하기 위해 대통령기록관 강제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검찰이 국가안보실 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 강제수사에 나설지 주목된다.
검찰총장 자리를 비워둔 채 인사를 서둘러 마무리하면서 이른바 '한동훈표' 검찰 진용을 갖춘 데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중간간부 인사 이후 검사들의 줄사표가 비정상적인 인사를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6월22일 고검장.검사장 인사 이후 23명이 사표를 낸 데 이어 엿새 후 단행된 최대 규모 중간간부 인사 이후 12명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이에 법무부는 사의로 인한 공백을 메우기 위한 추가 전보 인사까지 단행했다. 윤 사단이 요직을 독식하고 친문으로 분류된 검사들이 일괄 좌천되면서 검찰 밖은 물론 내부에서도 유례 없는 '코드 인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검찰 인사 등을 고려하면 검찰총장 공백은 100여 일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누가 됐든 차기 검찰총장의 검찰 장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총장은 자신의 사람을 추천해 요직에 앉히고 현안을 논의해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사실상 한 장관 지휘 아래 진용이 짜여진 상태여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윤석열 정부가 수장 공백 상태에서 인사를 통해 검찰과 경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총장 공백상태에서 인사가 다 이뤄진 만큼 누가 됐든 '식물총장'이 될 자리를 희망하는 이가 없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정부는 출범 직후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를 꾸린 뒤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을 골자로 하는 권고안을 내놨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경찰 수장 공백 상태에서 '경란' 조짐이 일고 있는데도 경찰국 신설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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