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탓에 무역적자? '수출 흐름'이 보내는 네 가지 이상신호
②금액 기준 증가율 한 자릿수대
③대중국 무역적자 두 달째
④품목별 확연한 편차 속 주력 품목 역성장 사례도
‘수출 흐름은 여전히 좋은데 고유가 탓에 수입이 더 늘어나서 생긴 적자일 뿐’이다. 올해 들어 무역적자 기록이 나타날 때마다 정부나 무역업계 쪽에서 나왔던 이런 설명이 6월 수출입 실적 발표 뒤부터는 반론에 맞닥뜨렸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적자라는 기록 때문만은 아니다. 수출 흐름 자체에서 이상 신호로 읽힐 만한 실마리가 엿보인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 집계 ‘6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수출 물량은 1421만t이었다. 지난해 6월에 견줘 6.1% 줄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세계 경기 둔화세가 겹쳐지면서 수출 경기가 꺾이고 있다는 분석을 낳을 대목이다.
산업부 설명대로 “중량 기준 수출 통계가 (실상을) 왜곡할 가능성”은 있다. 품목별로 단위당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반도체 수출이 10억달러 늘고, 철강 수출이 1억달러 줄어도 전체 수출 물량은 감소세로 나타날 수 있다.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또한 수출 물량 감소로 나타날 수 있다.
단순 중량 기준에 따른 왜곡 가능성을 줄인 지표가 있다. 가중치 등 보정 장치를 통해 산출하는 한국은행의 수출물량지수다. 6월 수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올해 들어 3월 133.6(2015년=100)까지 올랐다가 4월 120.5, 5월 124.9로 떨어져 있다. 이 기간 수출금액 지수는 154.0, 140.8, 146.8로 비슷한 흐름이었다. 단순 중량 기준 수출 물량이 4월에 5.4% 감소했을 당시 물량지수, 금액지수 모두 하락했다. 수출 물량 감소는 전반적인 수출 경기 하강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금액 기준 수출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6월 들어 약해졌다. 6월 수출 실적 577억3천만달러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4% 늘어난 정도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3월(16.3%) 이후 줄곧 두 자릿수를 기록했고, 올해 3월(18.8%), 4월(12.9%), 5월(21.3%)에도 고공행진을 이어온 터였다.
산업부는 이를 ‘기저효과’로 풀이한다. 지난해 6월 수출이 전년 같은 달보다 무려 39.7%나 늘어날 정도로 두드러져 이와 비교한 올해 실적은 반사적으로 낮게 비친 것이란 해석이다. 여기에 조업 일수가 지난해 6월보다 이틀 짧았다는 점이 있다. 그 와중에 6월 기준 역대 최고 수출 실적을 거뒀으니 한 자릿수 증가율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게 산업부 설명이다. 일평균 수출은 26억2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22억8천만 달러)에 견줘 두 자릿수(15.0%) 증가한 사실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꼽혔다.
6월 수출입 동향에서 눈에 띈 대목으로 대중국 무역적자 흐름이 두 달째 이어진 것도 들 수 있다. 중국에 대한 수출은 지난해 6월에 견줘 0.8% 줄어든 129억6600만달러, 수입은 24.1% 늘어난 141억8천만달러로 12억1400만달러 적자였다. 지난 5월에는 10억9900만달러 적자였다. 대중 무역수지는 1994년 8월(1400만달러 적자) 이후 올 4월까지 월별 기준 28년 가량 줄곧 흑자였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상하이, 베이징 등 주요 도시가 봉쇄된데 따른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수출입 모두 중국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에 따라 동남아 시장으로 다변화하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상현 원장은 “중국 주요 도시 봉쇄 조치가 해제된 뒤 효과가 어떨지, 구조적으로 변한 것인지는 두세 달 가량 추세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달이 발표되는 수출입 동향에서 품목·지역 할 것 없이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는 식의 설명이 6월 들어선 사라졌다. 품목별 편차가 커지고 자동차, 선박 같은 수출 주력 분야에서도 역성장 사례가 나타났다. 15대 주요 품목 중 증가세를 나타낸 것은 반도체(10.7%), 석유제품(81.7%) 등 6개였다. 하락세를 보인 9개 품목 중에는 자동차(-2.7%), 선박(-36.0%), 일반기계(-11.7%)가 끼어 있다. 석유제품과 선박 수출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났듯 품목별 격차가 크다. 수출 경기가 불안정성을 띠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거시경제 전체로 볼 때 1분기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 투자는 마이너스 요인이었고 유일하게 수출이 경제를 끌어올렸는데, 수출마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하반기에도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면 하반기 전체 또는 한 분기 정도는 역성장하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수출 비상에 정부 발걸음이 바빠졌다. 정부는 지난 3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 장관회의를 열어 올해 무역금융 확대를 비롯한 수출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이어 오는 13일 ‘민관합동 수출상황점검회의’ 개최를 예고해놓고 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주요 업종별 협회, 무역협회, 수출지원기관과 더불어 업종별 수출상황을 진단하고 무역적자 해소 및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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