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 함께하는 우리[다함께돌봄센터 쌤들의 기분 좋은 상상]

김새름(광진구8호점 다함께돌봄센터) 2022. 7. 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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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만나서 반가워~ 나는 이곳에서 차이샘이야^^.”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 나를 소개하는 인사말이다.

내가 이곳에서 ‘차이샘’ 이라는 호칭을 갖기 전까지 아이들은 나를 다양하게 부르고 있었다. 때론 ‘원장님’, 때론 ‘센터장님’, 때론 ‘선생님’, 때론 ‘저기요~’ 말이다. “원장님 아니야~ 센터장님이야~”라며 나의 공식적인 직급을 친절히 알려주는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센터장’이라는 호칭은 익숙한 호칭이 아니었기에 낯설었다. 또한 직원과 동료들이 부르는 ‘기관장님’이나 ‘센터장님’이라는 호칭은 위계의 거리감이 느껴져 나는 아주 강하게 이 호칭을 탈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무엇으로 불러 달라고 하지?’ ‘네 글자가 지닌 거리감을 뒤엎을 호칭은 무엇이지?’ ‘나는 이곳에서 어떤 사람이고 싶은 거지?’ 등의 고민 속에 이름 짓기가 시작됐다.

며칠간 이어진 호칭에 대한 고민은 점점 윤곽이 잡혔다.

첫째, 아이들이 부르기 쉬울 것! 그러기에는 내 이름이 다소 발음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제외됐고, 나는 아이들이 언제든 나를 편하게 부를 수 있는 호칭을 원했다.

둘째, 의미를 담고 있을 것! 내가 가진 생각과 가치관이 내 호칭 속에 담겨 있기를 바랐다.

그렇게 나는 한 철학가의 해체론적 차이와 생성론적 차이의 의미를 빌려 나의 명칭을 ‘차이’로 결정했다. 그리고 ‘선생님의 님’이라는 끝을 생략해 ‘차이샘’으로 최종결정했다.

나의 호칭이 결정되고, 먼저 동료들에게 나를 부를 때 ‘차이샘’이라고 불러 달라고 부탁했다. 아이들에게도 ‘안녕, 얘들아~ 내 이름은 차이샘이야~’라고 나를 다시 소개했다. 동료들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노력했으나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아이들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갑자기 웬 뜬금포 같다는 듯 반응했다. 그렇지만 나의 고민에 응답해 주듯 지금 나는 이곳에서 ‘차이샘’이라고 불리고 있다.

아이들은 우스갯소리로 “차이나 샘이에요? 차이나샘~”이라며 나를 놀리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내 이름의 뜻을 물으면 “너희 한 명 한 명이 다르게 생기고, 다르게 생각하는 것에 대한 차이를 존중해 주는 내가 되려고 내 이름이 차이가 된 거야~”라고 말해준다. 아이들은 나의 대답에 담긴 의미를 기억해 주는 것 같다. 아니 설사 기억하지 못한다 한들 아이들은 나를 그냥 이곳 센터에서 ‘차이샘’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내가 이곳에서 나, 너, 함께하는 우리 모두에게…

각자 개인이 지닌 개성을 인정하는 삶…

다름이 비난이 아닌 차이로 존중되는 삶…

오늘과 내일이 다른 차이로 변화하는 삶…

다름의 차이가 새로운 생성으로 창조되는 삶…

그 삶이 우리 안에 공존돼 온전히 살아 숨쉬길…

존재하는 삶의 가치가 드러나길…

오늘도 이곳에서 나는 우리 아이들의 ‘차이샘’으로 살아가고 있다.

김새름(광진구8호점 다함께돌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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