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복귀 후 직급·권한 낮아진 직책 발령..대법 "부당 인사"

김희진 기자 2022. 7. 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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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법원 /박민규 선임기자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직원을 전보다 불리한 직무에서 일하도록 인사발령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롯데쇼핑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직원 A씨에 대한 부당전직 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롯데마트 한 지점에서 일하던 A씨는 ‘발탁매니저’로 근무하던 2015년 6월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롯데마트에선 통상 과장 이상이 ‘매니저’를 맡는데, 인력 사정에 따라 대리가 매니저 업무를 담당하는 ‘발탁 매니저’ 제도를 운영했다. A씨는 발탁 매니저로 일하면서 업무추진비와 사택수당을 추가로 받았다. 이후 A씨는 이듬해 1월 복직을 신청했으나 롯데쇼핑은 ‘대체근무자가 이미 매니저로 인사발령을 받아 근무하고 있다’며 A씨를 매니저보다 낮은 직급인 식품파트 영업담담으로 인사발령했다.

이에 A씨는 “부당전직과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노동 행위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부당전직을 인정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판단을 내리자 롯데쇼핑은 2017년 1월 중노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쟁점은 롯데쇼핑이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마친 근로자를 휴직 전과 동일한 업무나 동등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로 복귀시켜야 한다’고 정한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였다. 롯데쇼핑 측은 “발탁매니저는 임시직책일 뿐이며, 업무추진비와 사택수당은 임금에 해당하지 않아 A씨가 육아휴직 전보다 임금을 적게 받는다고 볼 수 없다”며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1·2심은 롯데쇼핑 측 손을 들어줬다. 발탁매니저는 필요에 따라 부여되는 임시직에 불과해 A씨를 다른 업무에 복귀시켰다고 볼 수 없는 데다, A씨를 육아휴직 전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직무로 복귀시켰다고 할 수도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매니저는 매장 운영 전반을 총괄하는 반면 영업담당은 매니저의 지휘·감독 아래 업무를 담당한다”며 “A씨가 휴직 전 맡았던 매니저 업무와 복귀 후 맡게 된 영업담당 업무는 성격과 내용, 범위 및 권한, 책임 등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같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매니저와 달리 영업담당은 인사평가 권한이 없다는 점 등도 고려됐다. 또 발탁매니저로 일하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우 대부분 복귀 후에도 발탁매니저 직책을 부여한 점 등에 비춰보면 발탁매니저를 임시직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단순히 육아휴직 전후 임금 수준만을 비교해서는 안 되고 임금을 포함한 근로조건, 업무의 성격·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서 불이익 유무 및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사발령이 A씨에게 실질적으로 불리한 직무를 부여한 것인지 판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육아휴직에 따른 인사 불이익 여부를 판단할 때 형식이 아니라 실질을 따져야 한다. 이에 대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힌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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