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6주' 10살 성폭행 피해아동, 임신중지 못해..미국 대혼돈

이본영 2022. 7. 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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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중지를 헌법적 권리로 본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자 이번에는 10살 성폭행 피해자가 거주하는 주에서 임신중지를 못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아동은 갓 임신 6주를 넘겼는데, 오하이오주는 지난달 24일 대법원이 '임신중지 문제는 각 주가 법률로 정할 일'이라고 판결하자 엄격한 임신중지 금지법을 발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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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권]오하이오 피해자 인디애나까지 가야 치료
인디애나도 이달 말 임신중지 금지될 듯
시민 57% "대법, 정치적 배경 깔린 판결"
3일 미국 미시시피주에서 유일하게 남은 임신중지 클리닉이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는 안내판을 내걸고 있다. 이 클리닉은 광범위한 임신중지 금지 법률 시행을 막아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시시피 주정부는 조만간 임신중지법 시행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잭슨/AP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중지를 헌법적 권리로 본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자 이번에는 10살 성폭행 피해자가 거주하는 주에서 임신중지를 못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퇴행적 판결을 쏟아내는 대법원에 대한 여론의 불신도 커지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오하이오주의 10살 성폭행 피해자가 6주 이후 임신중지를 금지한 주법을 피해 이웃 인디애나주에서 임신중지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3일 보도했다. 이 아동은 갓 임신 6주를 넘겼는데, 오하이오주는 지난달 24일 대법원이 ‘임신중지 문제는 각 주가 법률로 정할 일’이라고 판결하자 엄격한 임신중지 금지법을 발효시켰다. 임신부 목숨이 위태로운 경우만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오하이오주 의사한테 이 아동을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은 인디애나주 의사 케이틀린 버나드는 이웃 주들에서 환자들이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디애나주도 이달 말께 임신중지를 금지할 것으로 보여, 이곳과 이웃 주 환자들은 곧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다른 주를 찾아야 할 처지다.

임신중지 금지법을 발효한 주들에서는 법원이 효력을 정지시키기도 하고 효력정지가 뒤집히기도 하면서 환자들과 의료기관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켄터키·플로리다·유타·루이지애나·텍사스주 법원은 법률이 적절히 발효됐는지 검토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효력을 잠정 중단시켰다. 그러나 텍사스주 대법원은 1925년 제정된 임신중지 금지법에 대한 하급 법원의 효력정지 결정을 지난 1일 무효화했다.

미국의 50개 주가 임신중지 합법·불법화에 대한 입장으로 거의 반분된 상황에서 양 진영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 자유주의 성향 주인 캘리포니아의 개빈 뉴섬 주지사는 11월에 연임에 도전하는데, 첫 텔레비전 선거 광고를 캘리포니아가 아니라 플로리다주에서 한다. 독립기념일인 4일에 방영될 이 광고는 “당신의 주에서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 플로리다에 사는 모두가 자유를 위한 투쟁, 지금도 자유를 신봉하는 캘리포니아와 함께하기를 촉구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공화당 소속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임신중지권 문제는 물론 동성애에 대한 교육 문제 등을 놓고 매우 보수적인 정책을 펴는 것을 겨냥한 광고다.

일리노이 등 임신중지를 합법화한 주들은 주변 주 여성들에게 ‘피난처’가 돼주겠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다. 최근 대법원이 잇따라 내놓은 뉴욕주 공공장소 권총 휴대 허가제 위헌 판결, 연방 환경보호국에 광범위한 온실가스 규제 권한이 없다고 한 판결을 놓고도 민주당 집권 주들은 개별적 입법으로 ‘퇴보’ 방지에 나섰다.

일대 혼란을 야기한 대법원은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엔피아르>(NPR)와 <피비에스>(PBS) 공동 조사에서 응답자들의 57%가 임신중지권 판결에 정치적 배경이 강하게 깔렸을 것이라고 답했다. 주로 법리에 따른 판단일 것이라는 응답은 36%뿐이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마켓대 여론조사에서 1년 전 60%였던 대법원의 업무 수행 지지도가 올해 5월 44%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1973년 마련된 ‘로 앤 웨이드’ 판례를 깨는 내용의 판결 초고가 5월 초에 유출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로 인한 혼란에다 총기와 온실가스에 대한 퇴행적 판결까지 이어져 대법원의 신뢰도는 더 추락했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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