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레전드끼리' 한 방 쓰던 기억.. 손흥민, "지성이 형 꼰대 아닙니다!"
(베스트 일레븐=서울)
손흥민이 국가대표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처음'이었다. 전설과 함께 했던 기억들이 손흥민에겐 너무나 소중하다.
4일 오전 10시 30분, 아디다스 홍대 브랜드센터에서 '손 커밍 데이(Son Coming Day)' 행사가 열렸다.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명실상부 세계 최고 레벨에 오른 손흥민을 향해 수많은 취재진이 운집했다.
손흥민은 주어진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전하려 애썼다. 다음은 손흥민과 현장 취재진의 일문일답이다.
- 최근 가장 기뻤던 순간
"월드컵을 나가게 됐을 때 기뻤다. 또한 소속 팀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시즌을 마무리했을 때다. 그 두 가지 순간이 가장 기뻤다. 월드컵에 한 팀의 주장으로서, 10회 연속으로 가게 돼서 좋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걸 이뤘다. 지금도 행복하지만, 이것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월드컵 때 나왔으면 좋겠다."
- 손흥민 세리머니의 배경
"골 장면을 기억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순간을 캡처한다, 사진을 찍는다, 이런 의미였다. 따라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 '잘 만들었으니까 따라해 주시나 보다'라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 기억에 남는 국가대표 경기
"A매치 100경기를 더 빨리했어야 했는데, 코로나로 경기가 없어져서 센추리 클럽 가입이 늦어졌다. 어렸을 때는 A매치 100경기는 생각도 못했던 거 같다. 다시 되돌아보면, '100경기나 뛰었구나'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첫 경기'였다. 롤 모델이라고 생각했던, 박지성 형과 함께했다. 젊음을 공유할 수 있었던 때다. 지성이 형과 대표팀에서 방도 같이 썼다. 어린 마음에 지성이 형이 잘 때까지 못자고 뒹굴뒹굴하다가, 이후에 잠 들었다. (지성이 형이 괴롭히거나 그러지는 않았나) 그렇지는 않으셨다. 지성이 형, 꼰대는 아니다(웃음). 많이 보고 배웠다."
- 다음을 준비하는 요즘
"0에서 시작하는 거다. 저번 시즌 업적을 이뤄냈지만, 다 없어지는 거다. 스케줄상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도 불구하고, 운동은 빠짐없이 하려고 한다. 안 되면 새벽에 일어나서 촬영가기 전이라도. 한국에서 경기를 하는데 몸 상태가 안 좋으면 안 된다. 다른 시즌보다 몸을 열심히 만들고 있다."
- 잉글랜드에 그려진 손흥민 벽화
"처음엔 누가 보내줘서 잠결에 봤다. 한국인지, 영국인지 헷갈리더라. 퀄리티가 좋아서 너무 놀랐다. 구단에서 연락이 왔는데, 그린 사람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팬이었다. 아들은 토트넘 홋스퍼를 좋아한다는데, 그래서 그렸다고 한다. 웨스트햄팬에게 사랑받는 건, 골든 부츠보다 어려운 거 아니냐, 라고 주변에 농담을 했다."
- 월드컵 공인구 '알 릴라', 그리고 리오넬 메시와 동반 모델
"(알 릴라를) 직접적으로 차보지는 못했다. EPL은 다른 공을 쓴다. 아디다스 공은 가볍기로 선수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월드컵을 기대하게 만들어주는 공 같다. 촬영장에서 이 공을 차면 기쁘다. (리오넬 메시와 동반 모델이 된 건) 꿈같다. 축구라는 축제가 열리는 곳에서,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사람과 옆에 서 있다는 게 꿈이다. 사진 볼 때마다 행복하다. 열심히 했구나, 라는 걸 느끼게 만드는 사진이다."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월드컵에서 맞대결을 앞뒀다
"다 똑같다. 포르투갈뿐만 아니라, 가나도, 우루과이도, 엄청 기대되고 어렵다. 어떻게 보면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보기 위해 월드컵 가는 게 아니다. 우리가 우리 것을 최대한 뽑아내는 게 중요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만난다고해서 기쁨이나 설렘이 2배가 되는 건 없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가진 걸 보여줄 수 있을까 이 생각뿐이다."
- 다음 시즌 개인 목표
"개인적으로 목표를 잡은 건 없다. 일상에서는 없는데, 운동장에서는 욕심이 많다. 가끔은 이기적일 때도 있고. 제가 어느 순간 목표를 정해놓고 시즌을 시작하게 되면, 일찍 달성할 때도 있다. 그러면 자신에게 느슨해지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게 도움이 많이 됐던 거 같다. 팀 목표는 우승을 하는 거다. 개인적으로는 저번 시즌보다 더 잘하는 시즌을, 열심히 하는 시즌을 하는 거다."
"집에 와서도 TV로는 거의 축구를 틀어놓는다. 내가 했던 경기 보는 걸 좋아한다. 그런 모습 보면서도 부족한 게 많이 보인다. 축구는 상황마다 정답이 없다. 다만, 이때는 이런 움직임을 해서 선수들에게 공간이 생기겠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 더 결정을 했어야 했구나,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매 순간, 매 시즌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다."
- 친화력으로 정평이 났다
"긴 비하인드 스토리인데, 짧게 하겠다. 득점왕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득점왕을 받아서 행복하기도 했지만, 친구들이 정말 어떻게 보면, 남의 일인데 자기 일처럼 좋아해주는 걸 봐서다. 그래도 내가 외국에 나와서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됐다. 행복함을 만들어줬다."
"감독님은 사실 개인 수상은 신경 안 쓰시는 분이었다. 그런데 그날 전반전 끝나고 2-0이 됐을 때였다. 감독님은 일단 '아직 끝나지 않았다.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실수하지 말자. 그리고 소니가 득점왕을 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면, 도와주자'라고 말했다."
"교체로 들어오는 친구들마다 '내가 득점왕 만들어줄게'라고 하더라. 루카스 모우라도, 스티븐 베르바인도. 사실 다 경쟁을 하는 사이다. 내가 나가서 못 뛰는 상황인데 그렇게 말해주는 거 쉬운 거 아니다. 나 역시 그 위치에 있어봤으니까. 정말 고마웠다. 득점왕보다 이런 기억이 더 좋았다. 마치 나의 일처럼 좋아해주던 모습들. 행복했다."
"동료들은 노리치 시티전이 벌어지기 전 1주일 동안 '골든부츠 가져와야 해. 너 거야'라고 말했다. 그런데 에릭 다이어는 1달 전부터 그랬다. 골 넣을 때마다 멀리서 뛰어와서 '너 거다'라고 말해줬다."
- 월드컵에서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맞붙는다
"그거 말고도 우리팀은 붙는 친구들이 유난히 많다.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워낙 친한 친구들이니까. '월드컵에서 우리 만나니까 너네 떨어지겠다. 어떡하냐'라는 식으로 농담한다. 로드리고 벤탄쿠르는 한국이랑 경기할 때 '너무 힘들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월드컵에서, 상대팀은 준비를 많이 해서 올 거다. 우리가 준비를 한다고 하겠지만, 더 열심히 할 거다. 모두를 응원한다. 하지만 우리가 올라갈 수 있게 나와 팀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
- 토트넘이 한국에 온다
"너무 설렌다. 그런데 친구들이 좀 오해를 한다. 제가 엄청 대단한 사람이라고 착각을 한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을 한다. 내가 맛있는 곳도 많이 알고 잇는 것처럼 좋은 곳으로 데려가 달라, 라고 말한다. 걱정이다. 어쨌든 대표팀에서가 아닌, '토트넘 손흥민'을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너무 잘하고 싶다. 축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다."
"(동료들이 뭘 먹고 싶다던가) 모르겠다. 메뉴도 없다. 그냥 '맛있는 장소 데리고 가라'다. 우리가 가면 알아서 다 준비해라는? 상당히 부담이 된다. 1~2명이면 가서 먹으면 되는데, 이게 5~60명은 되니까.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건 쉽지 않다. (계산은 구단에서 하나) 그래도 한국에 왔으니 계산은 내가 할 거다. (엄청난 지출일 텐데) 감독님한테 해달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감독님에게 쏘라고 하면, 다음날 운동장에서 엄청 뛰게 할 거 같다(웃음)."
- 월클 논쟁
"아버지의 생각을 존중한다. 진짜 월드클래스라면 이런 논쟁이 안 펼쳐진다. 이런 논쟁이 있다는 건, 아직도 올라갈 공간이 있다는 걸 말해주지 않겠나."
- 주장으로 가는 카타르 월드컵
"일단 월드컵까지 주장에서 잘리면 안 된다(웃음). 모두 힘이 많이 안 들어갔으면 좋겠다. 브라질과 할 때도 힘이 들어갔다. 하고 싶은 거 다하고 나와야 한다. 형들도 그런 말을 많이 해줬다. 주장으로서 월드컵 가게 되면, 모두에게 그냥 그 무대를 즐기라고 해주고 싶다. 4년에 한 번씩 오는 기회를 부담감이나 무게감으로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가지고 있는 것 이상으로 보여줄 수 있다. 대표팀 소집해서도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즐겁게'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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