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현대·기아차 10개 모델, 독일 배기가스 검사 불합격"

김윤주 2022. 7. 4.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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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불법 배기가스 조작 장치를 경유차에 부착해 판매한 혐의로 독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들 자동차 회사 10개 모델이 독일 당국의 배기가스 검사에서 불합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린피스는 현대차·기아에 독일 당국으로부터 받은 검사 및 조사 내역을 공개하고, 독일 이외 한국 등 전 세계 시장에서 불법 배기가스 장치를 사용한 사례가 있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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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배기가스 검사서 기준치 11배 검출
현대차 "독일 검찰에 성실히 소명할 예정"
현대자동차 본사.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불법 배기가스 조작 장치를 경유차에 부착해 판매한 혐의로 독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들 자동차 회사 10개 모델이 독일 당국의 배기가스 검사에서 불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모델에서는 기준치의 11배에 달하는 배기가스가 검출됐다. 현대차 쪽은 독일 검찰에 관련 사항을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독일 당국이 현대차·기아 10개 모델에 대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배기가스 검사를 한 결과, 모두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4일 밝혔다. 그린피스는 독일 연방도로교통청(KBA)과 독일 환경단체인 독일환경행동(DUH)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시행한 검사 결과를 입수해 이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독일 정부는 2015년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건인 이른바 ‘디젤게이트’를 계기로 실제 운행 중 실시하는 배기가스 검사를 독일에서 판매 중인 화석연료 차량 전반으로 확대한 바 있다.

독일 연방도로교통청(KBA)이 현대차 아이엑스(ix)35와 아이(i)20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행 중 배기가스 검사 결과. 그린피스 제공

그린피스가 공개한 검사 결과를 보면, 현대차·기아 10개 모델 모두 실제 도로 운행 중 실시한 배기가스 검사에서 실험실 인증검사 때보다 많은 배기가스를 배출했다. 독일 연방도로교통청이 실제 주행 때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측정한 검사에서, 현대차 아이(i)20은 질소산화물을 ㎞당 최대 903.09㎎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럽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6’(㎞당 허용치 80㎎)의 11.2배에 달하는 수치다. 현대차 아이엑스(ix)35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당 최대 1118.28㎎으로 ‘유로5’(㎞당 허용치 180㎎)의 6.2배에 달했다.

독일환경행동이 유로6 기준으로 실시한 검사에서도 현대차 아이(i)20은 기준치의 10.8배에 달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이 검사에서 기아 쏘렌토와 현대차 싼타페, 아이(i)30와 투싼도 각각 기준치의 4~6배에 달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독일환경행동(DUH)이 현대차 아이(i)20, 아이(i)30, 싼타페, 투싼과 기아 쏘렌토를 대상으로 벌인 주행 중 배기가스 검사 결과. 그린피스 제공

독일 검찰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유럽연합 형사사법협력청과 함께 독일 헤센주, 프랑크푸르트, 룩셈부르크 수사당국 인력 140여명을 투입해 현지 현대차·기아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현대차·기아는 경유차 21만대에 불법 배기가스 조작 장치를 부착해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장치는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구실을 하는데, 현지 검찰은 2020년까지 판매된 차량에서 저감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허용치 이상의 유해물질이 배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환경청 교통국장 출신으로 독일환경행동에서 배기가스 검사 업무를 맡은 악셀 프레데릭 박사는 “이번 검사 결과는 현대차·기아가 다양한 조작 장치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이 가운데 실험실 인증검사 환경을 탐지할 경우 배출가스 정화 성능을 높이는 장치와 미리 설정된 온도 범위에서만 배출가스 정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그 외 온도에서는 정화 작용을 멈추거나 작동 수위를 낮추는 장치도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은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현대차는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개선(ESG)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불법 배기가스 조작 장치를 부착했다는 의혹까지 받는 등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현대차·기아에 독일 당국으로부터 받은 검사 및 조사 내역을 공개하고, 독일 이외 한국 등 전 세계 시장에서 불법 배기가스 장치를 사용한 사례가 있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또한 내연기관차 판매에 주력하면서 친환경 기업인 양 홍보하는 그린워싱을 멈추고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건은 독일 검찰이 자동차 업계 전반에 대해 조사 중인 사안으로, 조사와 관련해 당사 입장을 성실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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