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의 길어지는 대중 관세 인하 고민..인플레 억제냐, 대중 지렛대 유지냐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를 인하할지 고민에 빠졌다.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서는 관세 인하가 필요하지만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카드를 섣불리 폐기하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바이든 정부 내부적으로 물가를 잡기 위해선 중국산 소비재에 붙는 관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일방적으로 관세를 인하하면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쓸 수 있는 지렛대만 상실할 것이란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를 검토 중이란 보도는 올해 초부터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대중 무역 관세 인하와 관련해 “마음을 정하는 중”이라고 밝혔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조만간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화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대중 무역 관세 인하가 임박한 것처럼 비쳤다. 하지만 정작 관세 인하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부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2200여 개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정부는 2020년 1월 중국과의 1단계 무역 합의에 도달하면서 관세 부과 대상을 549개 품목으로 축소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3월 관세 부과 대상 549개 품목 가운데 352개에 대해 관세 부과 면제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상태다.
지난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8.6%나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억제가 최대 정책 과제로 대두되면서 대중 무역 관세 인하 여부를 둘러싼 바이든 정부 내 논쟁이 더욱 첨예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과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 등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선 관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무역 협상을 책임지는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일방적인 관세 인하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협상에서 쓸 지렛대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측이 의회 보고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각자의 입장을 개진하면서 이견이 노출된 상태다.
백악관은 물가 억제의 필요성과 대중 강경책 유지를 두고 저울질을 계속하고 있다. FT는 설리번 보좌관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 일방적인 양보를 했다는 정치적 공격을 받을 수 있어서 관세 인하를 주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적으로는 자충수가 될까 우려한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친노동조합 성향도 대중 관세 인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 노조들은 최근 USTR에 보낸 서한에서 중국은 불공정 무역 관행을 전혀 개선하지 않았다면서 대중 관세 유지를 주장했다.
대중 관세 인하의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중 무역 관세 인하 찬성파는 중국산 소비재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면 소비자물가 인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반대파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며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개선이라는 더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이 대중 관세 인하의 물가 억제 효과에 대한 상세한 보고를 요구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중국산 제품 가운데 일부 소비재에 대해 관세를 인하하고 동시에 관세 부과 품목을 새로 추가하거나 일부에 대해서는 관세를 인상하는 아이디어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딜레마 상황을 고려한 강온전략인 셈이다. 물가 억제도 꾀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을 정치적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심산인 셈이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중국 경제 전문가인 제러드 디피포는 “경제적으로 보자면 관세를 유지할 이유는 없다”라면서 “그렇지만 기업들은 이미 비용을 흡수했고, 관세를 제거해서 얻을 거대한 이익도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가 대중 관세를 인하하든 안 하든 경제적 효과보다는 정치적 의미가 더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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