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지원하는 사회적경제기업
지난 1월 말 불광역 인근에 스튜디오 놀 음악연습실이 문을 열었다. 거기서 ‘고효경의 보이는 라디오’를 방송한다. 라이브 방송이 제작되는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서 방문했다. 스튜디오 놀 음악연습실은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이 음악 연습 및 제작 사업으로 마련한 공간이다.
건물의 3층 입구로 들어서니 양쪽으로 긴 복도가 있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음악연습실이 있다. 바깥의 소음과 완벽히 단절된 듯 조용하다. 스튜디오는 네모난 창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쪽은 무대 같은 공간으로 영상, 조명 장비가 설치되어 있고, 나머지 한쪽은 컴퓨터 모니터, 음향 장비 등을 갖추고 있는 녹음 스튜디오다.
매주 수요일 오후 8시에 고효경 가수가 손님을 초대하는 토크쇼 형식의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의 초대 손님은 국악인 강호중 교수다. 추계예술대학교 국악과 교수인 그는 최근에 조합사업의 하나로, 앨범을 기획, 제작, 홍보하고 공연까지 하게 되었다. 본인의 이름을 내건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조합 사무실 벽면에도 강호중 교수 포스터가 부착되어 있었다. 앨범 발매 기념으로 단독 공연을 알리는 홍보 포스터였다. 최근 조합이 추진했던 프로젝트였다.
‘고효경의 보이는 라디오’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제작 및 송출을 위해 총 3인이 모였다. 진행자 고효경 가수, 초대 손님 강호중 교수 그리고 PD 겸 엔지니어 역할을 담당하는 황경하 국장이다. 각자의 역할이 분명히 정해져 있다. 생방송이어서 한 치의 오차나 실수가 허용되어선 안 되기에 방송을 송출하는데 필요한 각종 장비 등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고효경의 보이는 라디오’를 제작하는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어떤 기관일까? 2020년 2월 19일에 설립한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예술인의 일자리 특성을 반영하여 예술인의 창작 여건을 개선하고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22년 4월 기준 총 380명의 예술인이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올해 문화체육관광 분야 사회적경제기업 우수사례로 선정되었다. 비교적 단기간에 이룬 성과다. 그렇다면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조합원인 예술인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을까?
첫째, 예술인을 위한 행정지원이 있다. 대부분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예술인의 소득은 사업소득,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매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맞춰서 신고한다. 이때 기납부한 세액을 환급받을 수 있건만 환급 방법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종합소득세 환급 신고를 대행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이었을 때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을 찾은 예술인이 많아졌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특고·프리랜서 지원금 등 예술인을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여러 정책이 시행되었다. 하지만 어떻게 신청해야 할지 몰라서 어려움을 겪는 조합원이 많았다. 또한 예술인복지재단에서 자신의 예술 활동을 증명하는 것도 신청 과정이 복잡하고 증빙 기준에 대한 파악이 어려웠다. 그런 예술인들에게 도움을 줬다. 2021년 7월에 근로복지공단에 예술인 고용보험 사무대행기관으로 인가를 받아 현재 조합원의 고용보험 신고를 지원하고 있다.
둘째, 예술인을 위해 생활 안정을 지원한다. 조합원의 채무 및 재무구조 조정 상담, 주거환경 상담 등 예술 활동에 전념하면서 생기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셋째, 예술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예술 활동을 마음껏 펼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조합원과 함께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프로젝트 실존’은 배우들의 연기 영상을 제작하여 홍보 및 오디션용으로 사용하게끔 지원하고 있다.(https://www.youtube.com/channel/UCrOzUBSet-GUGAGaGB0koiQ) ‘예술가의 초상’은 예술인의 얼굴, 브랜드 이미지를 사진으로 촬영해 준다.(https://www.portraitofartist.net)
음반 제작도 있다. 녹음, 믹싱, 마스터링, 음원 및 음반 발매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음반 제작을 기획, 진행, 홍보한다. 국악인 강호중 교수도 이번에 조합과 함께 국악 음반을 발매하고 홍보하게 되었다. 그리고 ‘고효경의 보이는 라디오’도 있다. 조합에 가입한 예술인을 초대해서 그들을 알리는 프로그램이다.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년간 생활이 어땠을지 궁금했다. 고효경 가수는 다시 떠올리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집합금지로 인해 공연할 수 없어서 하는 일 없이 백수로 지냈어요. 그러다 2020년 하반기에 예술인 지원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비대면 공연을 할 수 있었어요”라고 말한다. 그는 “무대에서 공연해야만 수입이 생기는데 그럴 수 없으니 수입이 끊기다시피 했어요. 벌어둔 돈을 꺼내 쓰면서 지금까지 버텨왔어요”라고 말한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을 때 고효경 가수는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여러 방송을 진행했다. 온라인 프로그램을 여럿 진행하면서 가수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고효경 가수는 “저는 여러 온라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대중과 소통했어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홍보 수단입니다”라고 말한다.
고효경 가수를 비롯한 수많은 예술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 분야에 매진하고 싶어서 예술인으로의 삶을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 가족을 비롯한 지인들은 밥벌이를 염려하지만, 그저 노래, 춤, 연주, 그림, 연기 등 자신의 분야가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각자 본업인 예술 활동에 전념하려면 그들의 권리를 찾아주거나 그들을 위한 행정 편의를 봐줄 누군가의 지원이 절실하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http://kosmart.org/)이 예술인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행정지원 및 사업 개발을 함께 한다. 2022년 올해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이 문화체육관광 분야 사회적경제기업 우수사례로 선정된 비결이기도 하다.
이메일 연락처: geowins1@naver.com
Copyright © 정책브리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