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중국 봉쇄로 공급망 차질..韓 자동차, IT기업 채산성 악화"
자동차 3월 이후 생산 감소세, 건설업과 기계장비업도 타격
원자재 가격 1년전 대비 60% 급등, 중간재와 최종재도 올라
한은 "공급망 다변화, 국내산업 취약성 검토 등 대응책 필요"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봉쇄조치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심해지면서 유럽과 신흥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에도 생산 차질, 비용 상승 등 악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위험의 장기화에 대비해 공급망 재편과 같은 보다 근본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단 제언이 나온다.
우크라 전쟁에 중국 봉쇄 겹쳐…제조업 생산·물류 차질
한국은행 조사국 박창현 차장 등 네 명은 4일 BOK이슈노트를 통해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의 특징 및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최근 공급망 차질을 주도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쟁, 중국 코로나 제로 정책에 따른 주요국 봉쇄조치 두 가지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에너지·식량 가격 급등을 초래하고 일부 부품공급의 차질의 원인이 됐다. 주요 원자재 중 팔라듐과 천연가스의 러시아 생산비중은 2020년 기준 각각 43.3%, 18%에 이르고 밀 생산의 14% 이상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나오는데 전쟁으로 인해 이러한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졌다.
중국 내 봉쇄 영향은 주로 자동차, 정보통신(IT) 등 제조업 부문의 생산, 물류 차질로 이어졌다. 3월말부터 상하이, 산둥성 등 주요 공업단지가 봉쇄되면서 일부 부품의 생산·수출차질이 발생했고 물류지연도 심화됐다. 최근에는 봉쇄조치가 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제로 코로나 정책이 유지되고 있어 경제활동이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생산 측면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따른 부품조달 부족 등을 통해 자동차 등 일부 산업에서 생산 차질이 나타났다. 자동차의 경우 지난해말 이후 생산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중국 봉쇄조치에 따라 와이어링하네스, 에어백 통제장치 등 일부 부품의 공급차질로 3월 이후 생산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건설업은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른 가운데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유연탄 수급불안정이 가세하면서 회복이 더딘 모습이다. 기계장비업의 경우 반도체 제조용 장비 도입 지연 등으로 특수목적용 기계를 중심으로 생산이 감소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생산자물가 압력…공급망 재편 필요
더 큰 문제는 비용 측면에서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채산성이 나빠지고 있단 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심화된 원자재·중간재 가격 상승세가 자재, 부품 가격으로 이어지면서 대부분 산업에서 비용부담이 커지고 있다. 5월중 생산단계별 물가상승률을 보면 원재료는 전년동월대비 60.8%, 중간재는 15.4%, 최종재는 7.0%를 기록했다. 이처럼 원자재·중간재 가격의 경우 높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생산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확산됐다. 공산품 가격 구성품목 중 5% 이상 상승한 품목 비중이 올 들어 50%를 웃돌고, 10% 이상 상승 품목도 40% 내외 수준을 나타냈다.
실제 국내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에서도 공급망 관련 어려움 가운데 물류난(36%), 원자재 가격상승(28%) 응답 비중이 높게 나타난 반면, 수급차질(12%) 응답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의 특징적 현상으로 공급차질 영향이 생산(물량)보다는 비용(가격)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나고 부문별로는 공급망의 복잡성이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그 영향이 더 크다”면서 “또한 국가별로도 공급망 구조의 차이 등으로 파급영향이 차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방역상황이 비교적 양호한 가운데 부품의 내재화 및 재고관리 노력 등이 이어지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피해가 적은 편이었다. 팬데믹 이후 공급차질의 영향을 크게 받은 자동차의 경우 생산 차질 규모를 2019년 상반기와 올해 상반기를 각각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1.6%에 그쳐 일본(9.9%), 유럽(4.2%) 등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정책 변동성 등 공급망 차질 위험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원자재 해외의존도가 높아 이를 개선할 필요성이 크단 지적이다. 자동차, 이차전지 등에 사용되는 주요 필수 소재인 마그네슘, 희토류, 리튬 등의 대(對)중 의존도는 80% 이상이며 크립톤, 제논, 팔라듐 등의 러시아, 우크라이나 의존도는 30% 이상에 달한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상황과 국내 산업의 취약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향후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윤화 (akfdl3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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