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가 말을 걸어오면..'바라본다'는 것의 즐거움

제주방송 김지훈 2022. 7. 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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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 작가 개인전 '각인'..9일 ~14일
이중섭 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전시실

흔히 빛의 예술이라 말하는 사진.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 현상에는 빛과 어둠이 있고 양면성을 갖고 있기 마련입니다.

흑과 백, 또는 명암(明暗)

필요조건을 두지 않지만 그렇다고 상호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존재 그 자체로 공존하며 대칭을 달립니다.

극명하게 대비를 이루면서도 하나로 함께 하는 이미지.  형태를 이루며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하고 변화하는게 빛과 어둠입니다.

어둠은 빛을 통해, 빛은 어둠을 통해 그렇게 존재하면서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 냅니다.

유독 그림자에 시선을 둔 작가입니다.

스스로 “빛과 빛이 투과하지 못하는, 빛의 이면인 그림자에 시선을 몰입한 작업”이라고 밝힌 윤슬 사진작가가 5년 간의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로, 2020년 ‘again’에 이어 모처럼 마련한 전시입니다.

작가는 빛으로 만든 형상, 그 이면에 그림자라는 2차원적 형태에서 만족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프레임에 농축된 작업행위로서 시간과, 관람자의 현재의 시간과 만나 빚어지는 특별한 체험에 초점을 맞춥니다.  

자신이 서 있는 곳, 바라보는 곳에서 ‘그림자’를 통해 또 다른 시공간을 경험한다는 작가는  “어딘가에 반영된 그림자는 저마다의 모습과 표정으로 내 시선을 사로잡고 그것은 눈에 보이는 장면이 아닌 상하반전된 이미지 그대로의 온전한 세상이 된다”며 “현실 속 실재(實在)인 반영과 그림자는 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미묘한 심연의 세상을 보여주는 신비로운 장면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합니다.

사진, 말을 걸어오면..‘대화’ 그리고 ‘각인’ 

작품을 바라보는데, 계속 보게 만드는건 그만큼 매력이 있고 공유할 수 있는 접점이 있다는 얘기로도 풀이됩니다. 

작가는 “피사체를 향한 조금은 다른 시선에서의 접근을 통해 관람객 저마다의 감정과 상상력을 보태어 작품을 감상하고 해석할 수 있게 하고자 했다”며 “익숙한 소재라 하더라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전달하는지에 따라 사진의 표현영역이 새롭게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풀어냅니다.

작가의 기억과 사물의 기억이 관객의 기억을 만나, 이미지 하나로 충만한 공감각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하는 순간입니다.

그렇게 되길 권하며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게 “나의 작업은 촬영한 사진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궁극적으로 경이로운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시각적 은유의 방법을 통해 사진으로 표현해내고자 하는 것”이라며 작업 과정을 설명하는 작가는 “한 장의 사진을 조금 더 오래도록 머물러 바라볼 수 있도록 하고자 함”이라고 바람을 전합니다.

그래서 “때론 거울처럼, 때로는 우주처럼” 무수히 많은 형상과 시공간을 품은 그림자에 대한 응시를 멈추지 않다가 반사적으로 셔터를 누르게 되고, 그 순간 한 장의 프레임 속 공간은 새로운 장면과 세상, 느낌으로 ‘각인’된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한 장의 사진이 나오기까지 찍는 시간보다 행위로서 작업과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걸 감안한다면, 겹겹이 쌓인 행위의 층위를 뚫고 ‘각인’될 이미지의 힘이 얼마나 단단할지는 짐작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머물며 바라볼 수 있는, 사유의 확장을 불러 일으키는 관람의 시간은 7월 9일부터 14일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무료입니다.  

2014년 제주로 이주한 윤슬 (Yunsl Oh, 오숙경) 작가는 ‘나의 하늘, 나의 바다’(2014) ‘동행’(2015)을 비롯해 ‘again...’(2020) 등 개인전과 ‘視嬋(시선)’(2017) 마을주민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 전시 ‘우리동네 사진첩’(2018) ‘그대로가 아름다워’ 문화제 기획사진전1, 2(2019) 등 단체전을 개최했습니다.

세월호 추모 행사(제주도내) 전담촬영(2015~2020)과 제4회 제주옹기굴제 기록(2018) 서귀포 105마을 노지문화 기록(2021)까지 다양한 지역문화예술사업에 참여해 왔습니다.

사진 갤러리 ‘각인’ 대표(2014~2019)를 지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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