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유행땐 최대 20만명"인데.. 중환자용 '에크모車' 2대뿐
■ ‘코로나 3년’ 바뀐 게 없다 <上>
중환자 치료 ‘토털 패키지’ 필수
정부는 병상 숫자 늘리기 급급
소아병상도 “준비 됐다” 말만
이송체계 등 재정비 계획 없어
지난 3월 오미크론 대유행 당시 수도권 A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는 코로나19 환자들이 에크모(ECMO·환자의 몸 밖으로 혈액을 빼낸 뒤 산소를 공급해 다시 몸속에 투입하는 의료장비)를 달면 절반 이상 숨졌다. 집에서 병상을 며칠 동안 기다리다 치료 시기를 놓쳐 악화된 환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비(非)코로나19 중환자들도 연달아 피해를 봤다. 정부 행정명령으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에 의료 자원을 쏟아붓다 보니 일반환자들은 수술을 제때 받지 못해 숨졌다. 이 병원 일반 병실에서는 수술 순서를 기약 없이 기다리다가 심정지 등으로 숨진 암 등 기저질환자도 여러 명 나왔다.
최근 중환자실 운용 체계로는 재유행이나 제2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방어하지 못한 채 병상 대란이 재연될 것이라는 의료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중환자 치료의 질이 중요한데 병상, 인력, 이송체계는 이전과 달라진 게 없어서다. 전문가들은 중환자 병상을 단지 숫자로만 봐서는 안 된다면서 재유행 시 정부가 인력과 장비가 없는 ‘허수 병상’으로 ‘숫자놀음’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도권 주요 상급병원들은 정부로부터 재유행에 대비한 중환자실 재정비 지침이나 지원 대책 방향을 받지 못한 상태다. 방역당국은 3일 현재 5833개 보유한 코로나19 중환자·준중환자 병상을 4000개 후반대까지 감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의료계는 재유행이 닥치면 정부가 다시 행정명령에 의존해 병상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중환자실 상황을 병상 수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환자실은 전문인력과 장비, 이송체계 등 ‘토털 패키지’로 운용되는데 지난해 겨울, 올봄 대유행 당시 에크모나 인공호흡기를 다룰 수 있는 인력이 없거나 장비가 허술한 허수 병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행정명령을 통해 병상 수를 늘려 병상가동률만 낮추는 숫자놀음을 하면서 사망자가 3월 한 달에만 약 9000명 쏟아지는 사태가 일어났다는 비판이 거셌다.
의료계는 숙련된 인력 충원과 이송체계 정비가 시급하다고 봤다. 지난 3월처럼 병상 가동률이 70~80%로 포화상태에 달하면 중환자 병상 운영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병상 수만 늘리는 것은 무의미한 만큼 정부 주도로 지역 간 중환자 이송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한중환자의학회에 따르면 인공호흡기를 갖춘 ‘감염병 중환자용 구급차’는 전국에 6대, 에크모 장비를 구비한 구급차는 서울에만 2대가 있다. 이마저도 수도권과 지역 간에 어떻게 운영할지 병원 간 프로토콜(규약)이 정해져 있지 않다. 중환자 1명을 이송하려면 전담 운전기사와 의사, 간호사, 구조사 등 인력만 대여섯 명 이상 필요하지만 관련 교육도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다. 한 중환자 치료 전문의는 “코로나19 중환자는 폐 이외에도 다른 장기에 손상을 입은 경우가 많고 전신이 쇠약해진 상태라 이송할 때 어떤 응급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지금 같은 이송체계로는 환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소아와 임산부 등 특수 병상에 대해서도 정부는 ‘권역별로 준비돼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한 지방 대학병원의 경우 음압수술실을 갖춰 지난 3월 확진된 임신부가 출산할 수 있었으나 소아 격리 병상을 마련하지 못해 신생아 치료에 애를 먹었다. 이 병원은 지금까지도 정부로부터 소아 격리시설 기준과 수가 지침을 전달받지 못했다. 소아 중환자실 등 소아 병상 현황은 더 열악하다. 지난 대유행 당시 소아 전문의나 병상 자체가 없는 병원이 많아 영유아들이 응급실만 돌다가 숨진 사례가 많았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에 걸려서가 아니라 투약 등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숨진 사례”라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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