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환자 진료체계 후진국 수준..1인실로 바꿔야"

권도경 기자 2022. 7. 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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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의료 선진국이라고 부르지만, 중환자실은 후진국 수준입니다. 중환자 진료 체계를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감염병 유행 시 중환자 병상 대란은 반복될 것입니다."

박 이사는 "미국 등 선진국 중환자실은 모두 1인실이라서 평상시 치료의 질도 높아지고 환자 예후도 좋다"며 "특히 감염병이 유행하면 바로 격리병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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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훈 중환자의학회 이사

“재유행 대처 능력 역부족”

안양=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한국을 의료 선진국이라고 부르지만, 중환자실은 후진국 수준입니다. 중환자 진료 체계를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감염병 유행 시 중환자 병상 대란은 반복될 것입니다.”

박성훈(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사진) 대한중환자의학회 표준화이사는 4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지금 같은 중환자실 운용체계로 제2의 팬데믹이나 재유행을 대처하기엔 역부족”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이사는 중환자 병상 구조와 인력, 이송체계가 총체적인 문제를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중환자실은 대부분 개방형 다인실 구조다. 이는 적은 인력이 많은 환자를 돌보는 후진국형 의료 모델이다. 환자 인권이나 사생활에 대한 보호도 전무한 실정이다. 박 이사는 “미국 등 선진국 중환자실은 모두 1인실이라서 평상시 치료의 질도 높아지고 환자 예후도 좋다”며 “특히 감염병이 유행하면 바로 격리병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국내 중환자실은 감염병 환자 치료에 부적합하다는 게 박 이사의 지적이다. 감염병 유행 시 원내 전파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박 이사는 “한국 중환자실과 같은 개방형 구조에서는 항생제 내성으로 생기는 ‘다제 내성균’이 많이 퍼져 2차 감염도 쉽게 일어날 수 있다”며 “감염병 유행 시 중환자실을 1인 음압격리실로 만드는 공사를 별도로 해야 하는 등 불편함도 크다”고 설명했다. 다인실 구조 개선 논의가 답보하면서 감염병 유행 때마다 격리실을 만들기 위해 민간 상급병원들이 ‘공사판’으로 변한다는 지적이 상당한 실정이다.

시급한 과제로는 중환자 치료 인력 육성과 충원을 꼽았다. 박 이사는 “중환자 병상은 노련하게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과 장비가 갖춰져 있을 때 의미가 있다”며 “중환자 치료 경력이 있는 의사와 간호사를 단시간 내 구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중환자 병상 선진화는 정부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고 봤다. 박 이사는 “감염병 위기가 반복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정부가 인력 육성과 이송체계 정비 등 중환자 병상 선진화를 제도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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