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온열질환 사망 '폭염 재난' 본격화.."폭염대비 체계화해야"

김경은 2022. 7. 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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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부터 기온·습도 고려한 폭염특보 시범운영 시작
"도심부는 복사열로 50도 이상 기온 오르기도"
"운동장, 외부 공장 등 위험지역은 폭염관측 강화해야"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올 여름 폭염이 초여름부터 기승을 부리면서 온열질환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폭염의 강도가 훨씬 강해지고 있는데 반해 폭염에 대한 체계적 대응은 미흡한 실정이다.

1일 오후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인 서울 여의대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첫 온열질환 사망자 발생…‘열기 누적’ 폭염 지속

4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이날 낮 기온은 28~35도로 평년(25.5~29.5도)보다 2~6도 가량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유입되면서 습도까지 높아 최고체감온도는 33~35도로 예상된다.

서울 동북권을 비롯해, 경기 군포·하남·평택·남양주·구리·안양·파주·고양·김포·과천, 대전, 경남 밀양, 충남 청양·아산·공주 등에는 폭염경보가 발효된 상황이다. 인천 강화는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2020년 5월부터 기온과 습도를 고려하는 체감온도 기준으로 폭염특보가 시범운영됨에 따라 최고기온이 33도 미만이여도 습도가 높은 경우 폭염특보가 발표될 수 있다.

지난 1일 정체전선이 북상한 이후 전국이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권에 들면서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본토로 동북진하고 있는 제4호 태풍 에어리가 열대의 고온다습한 바람을 국내로 불어넣고 있다. 오는 6일까지 전국이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면서 열사 효과와 함께 후텁지근한 공기가 누적돼 열기가 잘 식지 않는 찜통같은 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폭염이 다소 이르게 찾아오면서 올해 질병관리청에 집계된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상 온열질환자수는 모두 35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2명)보다 203명이 늘었다. 지난 1일은 올해 첫 폭염사망자가 보고됐다. 농산물 공판장에서 상하차 작업을 하다 쓰러진 40대 남성이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내 사망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은 더욱 잦아지고 있고 갈수록 강도와 빈도는 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10년간(2012~2021년) 폭염일수는 전국 평균 14.8일로, 과거 30년 평균 11일에 비해 3.8일 늘었다. 21세기 중반에는 그 강도와 빈도가 더 증가해 폭염의 재난화는 심각해질 전망이다.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지난 2018년 여름, 우리나라에서는 온열질환으로 48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폭염은 온열질환과 사망, 기저질환의 악화 등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심장병 환자의 경우 36도에서 1도 증가할 때마다 사망률이 28.4% 증가한다.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 기온 상승으로 혈관이 확장되고 혈압이 떨어져 허혈성 뇌졸중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고령자는 다른 인구집단에 비해 폭염 노출에 더 민감하다. 이에 최고기온 상승, 고령화, 도시화 면적 확대, 산림 면적 감소 등의 흐름을 고려할 때 여름철 평균 사망자수의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환경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경우(RCP8.5), 여름철 우리나라 평균 총사망자수는 2010년 대비 2100년에 32.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폭염 심화하는데…국가적 폭염대응체계 미흡 지적

폭염에 따른 인명피해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폭염 대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도시화 정도가 높은 수도권의 여름철 기온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음에도 아직 우리나라는 태양 복사열을 측정할 수 있는 설치 장비조차 부족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0년부터 폭염특보에 습도를 고려하기 시작해 시범운영을 실시하고 있는 단계다.

하지만 낮 동안 햇볕에 의해 지면이 달궈지면 성인이 섰을 때 수준의 높이의 지면 온도는 관측 기온 대비 최고 18도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지점별 촘촘한 폭염 대응이 요구되는 이유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는 “습도와 복사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온열지수(WBGT·Wet Bulb Globe Temperature)로 폭염 관리가 필요하다”며 “WBGT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채택한 것으로 미국 국방부는 야외 훈련 시 온열질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용하고 있고, 일본 환경성도 2008년부터 온열지수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온열지수가 28이 넘으면 열중증 환자 발생률이 급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가가 폭염 피해가 큰 시설 등에 대해서는 이같은 폭염 관측 설비 확충을 의무화하는 등의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지적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현재 예보기관과 재난대응기관이 분리돼 있고, 예보 단계에서는 기상청이 검토하고 있다”며 “행안부는 폭염 대응을 위해 공사장 야외근로자, 논·밭 고령층 작업자,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등 3대 취약분야 집중관리 및 소관 분야별 폭염대책에 소홀함이 없도록 더욱 철저한 대응태세를 주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경은 (ocami8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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