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대선 사전투표 관리 부실' 감사 착수..선관위 반발
감사원이 지난 대선 사전투표 당시 ‘소쿠리 투표’ 논란이 일었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선관위는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 감찰은 법률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감사 과정에서 두 헌법기관 간 충돌이 예상된다.
감사원은 4일 “지난달 20일부터 선관위에 대한 자료 수집에 착수했다”며 “이번 감사에서 선관위의 회계 집행뿐만 아니라 선거 관리 사무 전반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강도 높은 감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정식감사(실지감사) 착수 시기는 자료 수집 결과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밝혔으나, 오는 9~10월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국회 국정감사 이전 착수가 유력하다.
감사원은 통상 3년마다 선관위에 대한 정기감사를 해왔다. 최근 선관위 정기감사는 2019년 실시했다. 하지만 선관위의 선거 사무까지 들여다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초 정해진 감사원 ‘연간 감사계획’ 대상에도 선관위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대선 때 ‘소쿠리 투표’가 논란이 됐기 때문에 이번 감사에서 같이 짚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감사원과 선관위는 선관위 감사 범위를 두고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이날 대선과 6·1 지방선거 관리 평가를 위한 자문위원회의에서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 감찰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선관위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노 위원장은 “이 문제가 기관 간 충돌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감사원과 원만히 대화를 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지방선거 후 대선 때 선관위의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 관리 부실 논란에 대한 직무 감찰 계획을 밝혔다. 선관위는 지난 4월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의 서면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헌법기관에 대해 직무 감찰을 실시하면 헌법기관의 직무수행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반발했다. 노 위원장도 지난 5월 인사청문회에서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으로서 직무 감찰에 대한 명확한 법률상 근거도 찾기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감사원법을, 선관위는 헌법을 근거로 든다. 감사원법 제24조는 감사원의 직무 감찰 범위를 ‘행정기관의 사무와 그에 소속된 공무원의 직무’로 규정했고, 직무 감찰 제외 대상으로는 ‘국회와 법원, 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을 명시했다. 선관위는 직무 감찰 제외 대상에서 빠져있는 것이다. 반면 헌법 제97조는 감사원의 감사 범위를 ‘행정기관 및 그 공무원의 직무’로 규정하고 있다. 선관위는 “행정기관이 아닌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 감찰은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대법·헌재처럼 회계 집행 등에 대한 감사는 받아왔지만, 선관위의 본질적 업무에 대한 감찰은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 국회에서는 감사원의 직무 감찰 제외 대상에 감사원을 포함하는 내용의 감사원법 개정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법안 통과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직무 감찰 제외 대상에서 선관위가 빠진 것은 입법 미비에 가깝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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