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산층 빚 끌어모아도.. 살 수 있는 아파트 3.7만호 '역대 최저'
서울에서 중산층이 대출을 받아 살 수 있는 주택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주택구입잠재력지수(KB-HOI)는 2.6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9년 3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지표는 중위소득 가구가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집을 산다고 가정할 때 소득, 자산 등 경제능력 한도 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주택 재고량을 의미한다. 수치가 낮을수록 중산층 가구의 주택구입 능력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중위소득 가구가 2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월소득 33%를 대출원리금 상환에 사용할 경우 서울 시내에서 구입 가능한 아파트가 가격 하위 2.6% 수준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지수는 작년 1분기(5.6) 대비 반토막이 났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던 2017년 2분기(22.8)와 비교하면 20.2포인트나 하락했다. 이 기간 중산층이 구입 가능한 서울 아파트 재고량은 30만8000호에서 3만7000호로 27만1000호 급감했다.
이는 아파트값 급등과 함께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맞물린 탓으로 분석된다. 중위소득의 가구 연간 지출가능 주거비는 2017년 2분기 1730만원에서 올해 1분기 2214만원으로 27.9% 늘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6억708만원에서 12억7818만원으로 110.5% 상승했다. 올해 1분기는 집값 상승세가 주춤했으나, 대출 여건이 악화되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 중산층이 구입할 수 있는 아파트 재고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중산층 가구가 내 집 마련에 필요한 기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서울의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3분위 가구, 3분위 주택 기준 18.4로 집계됐다. 중위소득 가구가 18.4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급여 등의 소득을 모두 모았을 때 지역 내 중간가격 주택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2017년 5월(10.9)과 비교하면 7.5년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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